[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12일 강현구(56) 롯데홈쇼핑 대표이사를 소환했다.
강 대표는 롯데그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계열사 사장 중에서는 처음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게 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부장 손영배)는 이날 강 대표를 상대로 방송법 위반, 증거인멸 교사, 횡령 등 그동안 포착한 혐의에 대해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검찰은 일부 직원을 조사하면서 로비 목적의 자금이 조성된 정황을 포착했고, 이 과정에서 직원의 급여를 올리는 방법과 상품권 할인판매를 뜻하는 속칭 '상품권깡' 등의 수법이 이용된 것을 파악했다.
또 롯데홈쇼핑에 대한 압수수색에서 지난해 1월부터 강 대표가 3대의 대포폰을 사용한 것을 포함해 일부 임원이 로비에 사용된 것으로 의심되는 총 9대의 대포폰을 나눠 쓴 흔적을 발견했다.
검찰은 로비용으로 추정되는 자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등 강 대표에 대한 장시간 조사를 진행하고, 조사 내용에 따라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강 대표는 이날 오전 9시50분쯤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한 자리에서 미래창조과학부에 로비한 사실이 있는지, 이를 지시했는지 등을 묻는 취재진에 "사실대로 성실하게 조사를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품권깡 등으로 만든 자금을 어디에 썼느냐, 정치인 로비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로비 흔적을 지우기 위해 대포폰을 쓴 것이 아니냐 등 질문에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검찰은 지난달 10일 롯데그룹 비자금 수사 착수와 함께 그룹 정책본부와 롯데홈쇼핑 등 총 17곳을 압수수색했으며, 같은 달 22일 롯데홈쇼핑으로부터 사업 재승인에 관련한 자료를 제출받았다.
앞서 감사원은 롯데홈쇼핑이 지난해 4월 미래부의 재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전·현직 임원의 범죄 혐의가 기재된 2차 사업계획서를 누락하는 등 문제를 적발하고, 올해 3월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이와 관련해 미래부는 5월27일 롯데홈쇼핑에 대해 9월28일부터 6개월 동안 이른바 '프라임 타임'으로 불리는 오전 8시~11시와 오후 8시~11시 등 매일 6시간 동안 방송정지 처분을 내렸다.
강현구 롯데홈쇼핑 사장이 '비자금 조성' 의혹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피의자 신분으로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출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