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정부의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발간으로 빅데이터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특히,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로 데이터 이용에 어려움을 겪었던 금융권은 중금리 대출과 맞춤형 상품 개발, 고객 트랜드 분석 등에 다양한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한 은행권 인사는 "오랜 숙원 사업이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12일 금융권 관계자들은 행자부 주도의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 덕분에 금융권의 빅데이터 활용도가 높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비식별화 조치로 세세한 정보를 알아볼 수 없겠지만, 굵직굵직한 트랜드를 파악해 실제 영업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전에는 이름,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 고유식별번호는 개인의 소유로 은행을 비롯한 모든 기업이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번 비식별화 조치로 개인소유의 개인정보는 가공을 통해 누군지 식별할 수 없게끔만 조치하면, 범주화를 시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A 은행 관계자는 "만명이 다 똑같은 행태를 보인다면, 그건 분명한 시장"이라며 "개개인을 다 알 수는 없겠지만, 소비자들의 금융 트랜드를 파악하는 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될 거 같다"고 말했다.
B 은행 관계자는 "다른 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개발을 개발해 왔다"며 "지금 당장은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나, 추후에 인프라가 갖춰지면 영업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출범하는 인터넷전문은행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컨소시엄 내에 있는 각 기업의 정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서비스이기 때문에 정보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관건"이라며 "컨소시엄 내 기업의 정보를 서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개인정보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해소된 측면도 있다. 이번 비식별 조치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전에도 정부는 기업들에게 식별이 불가능한 정보를 사용할 수 있다고 허용해줬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비식별 정보와 식별정보를 나누는 기준이 모호한데다 괜히 식별 가능한 정보를 이용했다가 제재를 당할까봐 선뜻 나서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정부가 비식별 가이드라인만 지키면 합법으로 인정해주겠다고 시사하자, 정보 활용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완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식별 정보와 비식별 정보를 나누는 기준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은 지난해 부터 있어왔다"며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이번 조치로 개인의 동의 없이 비식별 정보를 활용할 수 있고 유권 해석도 기업에 유리한 쪽으로 해주겠다는 시그널도 얻어서 앞으로는 빅데이터 사업이 한결 수월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월22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금융위원회 주관으로 열린 빅데이터 활성화 간담회에 참석한
임종룡 금융위원회 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