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홍보비 리베이트 수수 혐의를 받고 있는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구속영장이 12일 기각되면서 최악의 위기에 몰렸던 국민의당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다. 국민의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에 대한 반격을 예고하는 한편으로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중앙선관위의 여당 봐주기 조사와 검찰의 야당 죽이기 수사에 현명하고 강력하게 대처했다”며 “영장 기각은 사필귀정이다. 사법부의 현명한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은 무리한 수사에 당이 당당히 맞섰다며 검찰을 향해 날을 세웠다. 앞서 국민의당은 역시 리베이트 의혹이 불거진 새누리당 조동원 전 홍보기획본부장에 대한 조사가 편파적인 점을 지적하며 선관위를 향해서도 공세을 편 바 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13일로 예정된 국회 안전행정위원회에서 선관위에 강력 항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당은 또 박지원 위원장을 중심으로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당내 의원들과 허심탄회하게 토론을 진행하며 정책과 현안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달라진 분위기는 12일 의총 현장에서부터 감지됐다. 의원들은 차례로 회의장에 들어서며 예외없이 반갑게 악수를 나눴다. 먼저 도착한 의원들이 일어나 들어오는 의원들을 반기기도 했다. 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박선숙·김수민 의원에 대한 태도도 부드러워졌다. 영장 기각 전 두 의원의 의총 참석을 사실상 막아온 박 위원장은 “두 의원에게는 오늘 하루 쉬도록 제가 이야기했고, 앞으로 여러 가지를 대처하면서 의정활동을 착실히 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태로 인해 대표직에서 물러난 안철수 전 대표도 한숨을 돌렸다. 홍보비 파동의 여파가 어느 정도 잦아들면서 그가 향후 대선행보를 하는데에도 부담을 던 것으로 평가된다.
사실 안 전 대표가 사퇴한지 8일만에 강연정치에 나서는 등 때이른 외부행보에 대해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이 있었다. 그는 지난달 29일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 지난 7일 인천 송도 라마다호텔에서 열린 인천경영포럼의 조찬강연회에서 ‘공정성장론’을 강연했다. 그러자 활동 재개 시점이 다소 이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안 전 대표는 또 지난 10일 사드 배치에 대한 개인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가 주장한 '사드 찬반 국민투표' 문제는 정치권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안 전 대표는 12일 의총에서도 직접 발언대에 올라 “사드 배치 결정은 반드시 공론화를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는 당대표를 같이 했던 천정배 전 공동대표의 행보와 대비된다. 천 전 대표는 대표직에서 사퇴한 후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발언도 최대한 아끼고 있다. 그는 당분간 지역구 활동에 전념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당이 기존 정당과 차별화해 내세운 ‘새정치’ 구호가 무색해진 상황에서 안 전 대표가 당 지지율과 자신의 대선 지지율을 어떤 식으로 회복시킬지 주목된다. 특히 이번 사태를 겪으면서 안 전 대표의 위기관리 리더십에 대해 의문부호가 붙은 점은 반드시 해결해야 될 과제로 남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과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