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현대·한진 구조조정 여파에 중소선사 기피 심각

금융권이 중견·중소 선사들에 대한 대출 조건 강화

입력 : 2016-07-18 오후 3:36:27
[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현대상선(011200)이 40여년만에 현대그룹의 품을 떠나게 됐다. 대주주가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은 부채비율 400% 라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조건을 충족시키며 자율협약 과정을 사실상 마무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상선보다 상대적으로 자율협약을 늦게 시작한 한진해운(117930) 역시 용선료 협상과 채무재조정 등을 이행하며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사실 올해 초부터 이들이 자율협약을 체결하고 구조조정을 진행해오면서 '해운업은 힘들고 어려워 정리해야 하는 산업군'으로 이해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국내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선사 두개 업체의 상황이 전체 산업군으로 확대 · 해석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선주협회 조사에 따르면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현대상선, 한진해운, 창명해운을 제외한 나머지 해운업체들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도에 비해 각각 20%, 36% 가량 증가했다. 양대선사는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의 상황은 양호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구조조정이 해운업 이미지 실추만으로 끝났다면 다행이다. 문제는 나머지 해운업체들에 실질적인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적이 양호한 선사에게도 신규대출 불가판정이 내려지는가하면, 대출 연장시 금리가 인상되고, 담보물에서 선박이 제외되는 등 해운업에 대한 대출조건이 까다로워지면서 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에는 파나마운하가 확장되면서 기존의 중대형 컨테이너선들이 아시아 역내로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또 한진해운이 (주)한진에 동남아시아 항로운영권을 매각하면서 근해선사와 원양선사 간의 경쟁이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업체들은 모두의 공멸을 피하기 위해 서로 상생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늘 선주협회가 주관한 '마리타임' 세미나에서 김영무 선주협회 부회장의 입을 통해 이러한 해운업계의 걱정거리가 전해졌다. 선주협회는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구조조정으로 인해 함께 이미지가 실추돼 피해를 입어왔던 해운업계를 위해 상생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운업계 인사들이 모인 오늘 자리에 아이러니하게도, 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인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대표들은 보이지 않았다. 각자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혹은 열심히 이행하는 동시에 그간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해외 터미널을 정비하고, 선대를 강화하는 등 영업력 회복에 힘쓰느라 시간을 내기 어려웠을테다. 하지만 구조조정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직·간접적인 피해를 보게 된 중소 해운업체들의 우려를 귀담아 들어주길 바란다. '구조조정 산업군' 이라는 멍에를 벗는 일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업계와의 '공생' 이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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