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지난 22일
LG전자(066570) 생활가전의 메카인 창원공장을 찾는 길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LG전자로'라는 도로 표지판이었다. 창원시로부터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올 2월부터 명예도로로 지정됐다. 1976년과 1987년 각각 설립된 창원1공장과 창원2공장이 LG전자 생활가전의 산실이란 사실을 실감하기 충분했다.
창원1공장과 창원2공장은 각각 냉장고·정수기·냉장고용 컴프레서, 세탁기·에어컨·청소기·모터·에어컨용 컴프레서 등을 생산한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전체 글로벌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의 약 30%를 차지한다. 자동화 수준은 주요 공장 중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핵심 부품인 모터를 생산하는 곳은 2공장 C동. 총 11개의 모터 생산라인이 직렬로 늘어서 있다. 생산품목에 따라 공정 방식과 라인 길이가 상이한데, 라인은 짧게는 10m에서 길게는 50m에 이른다. 각 라인에 배치된 인력도 공정에 따라 2~10명으로 다양하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창원 2공장 내 모터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세탁기용 DD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모터 생산 공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많은 양의 코일을 균일하게 감는 것이다. 200kg이 넘는 코일 통에서 실처럼 가는 붉은 구리선이 끊임없이 설비 속으로 빨려들어가며 철심에 감겼다. 6초에 1대 꼴로 생산되는 DD모터의 경우 한 해 동안 사용되는 코일의 규모만 260만km에 이른다. 지구에서 달까지 3번 이상 왕복이 가능한 길이다. 박성길 모터제조파트장(부장)은 "철심에 코일을 얼마나 꼼꼼히 많이 감느냐가 효율을 결정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라인 옆으로는 신뢰성 실험실이 위치해 있다. 이곳에서 생산된 다양한 모터들이 품질테스트를 받는 곳으로 에너지 효율 측정, 소음, 진동, 수명 등을 실험한다. 소금물을 뿌렸을 때의 부식 정도를 파악하거나 영하 40도의 저온, 150도의 고온에서 모터가 가동되는지 등 실제 제품 환경보다 2~3배 악조건을 설정해 제품 내구성을 평가한다.
김봉진 모터품질보증파트장(부장)은 "개발 시점에서 불량이 있을 수는 있어도 양산 이후 불량은 거의 없다"고 자신했다. 10년 무상보증을 할 수 있는 자신감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실험실에는 미국의 안전인증기관 UL이 직접 사업장을 방문해 규격시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생산을 마친 제품들은 자동으로 창고로 이동된다. 포장된 제품을 실은 운반차가 바닥의 표시를 따라 스스로 움직인다. 이중 냉장고, 정수기 등에 사용되는 컴프레서용 모터는 자동차 기준 10분 정도 떨어진 1공장 B1동으로 보내진다.
B1동에는 총 3개의 컴프레서 라인이 있다.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냉장고와 정수기에 사용되는 소형 컴프레서, 일반 컴프레서 등이 이곳에서 만들어진다.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3초마다 1개의 컴프레서가 생산된다.
경상남도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창원 1공장 내 냉장고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 LG전자 직원이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LG전자
3개의 생산라인에서 각기 만들어진 컴프레서들은 뒤쪽의 검사실로 일괄 집합한다. 모든 컴프레서에 대해 진동과 소음 검사를 진행하고, 냉매 유출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내부에 공기를 투입한 컴프레서를 대형 수조에 집어넣는다. 단 하나의 공기방울도 발생하기 않아야 합격이다.
컴프레서도 모터처럼 신뢰성 실험동을 거친다. B1동 건물 바로 앞쪽에서는 'R-134a' 냉매를 적용한 냉장고용 컴프레서를 테스트하고 있었다. 실내 온도가 25도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이 실험동에서는 390대의 컴프레서 시험장비가 동시에 가동된다. 개별 장비마다 타이머와 압력계가 달려있어 제품의 내구성과 화학적 특성 등을 두루 검사한다.
이외에 전원을 수십만회 반복해서 켜고 끄거나 영하의 극한 조건에서도 냉매가 정상 순환하는지, 압력과 부하를 높여 마모가 생기는 지 등을 고루 살핀다. 박동우 냉장고컴프레서품질보증팀장(부장)은 "한 번의 시험에 3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10년을 버틸 수 있는 가혹 조건을 설정해 테스트한다"고 말했다. 이 가혹함이 LG전자 가전의 품질을 담보했다.
창원=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