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 지적장애인인 A(44)씨는 지난 2009년 한 대부업체로부터 300만원을 빌렸다. 남편의 소득과 장애가 있는 아들의 장애양육수당 등을 합쳐도 월 소득이 150만원을 넘지 않는 상황에서 아파트 담보대출 이자와 생활비를 감당할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 A씨는 “TV에서 아무 조건없이 싼 이자로 돈을 빌려준다는 광고를 보고 대출을 받았는데 매달 내야하는 이자와 상환금 때문에 생활이 더 어려워졌다”며 “상환금을 막기 위해 다른 대출을 받았고, 독촉에 시달리며 가정살림은 엉망이 되어버렸다”고 토로했다.
방송법에서 '방송'으로 규정된 지상파·케이블방송 등에서 특정 시간대에만 금지된 대부업체 TV 광고를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25일 대표발의한 ‘대부업법 개정안’에 따르면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 등에서도 대부업체의 TV 광고를 완전히 금지하도록 했다. 제 의원은 저축은행과 카드사의 TV 광고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상호저축은행법 개정안’과 ‘여신전문금융법 개정안’을 같이 발의했다.
국회는 19대 때인 지난해 8월 대부업체의 TV 광고 시간을 제한하는 대부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에 의해 지상파 등에서는 평일 오전 7~9시와 오후 1~10시, 토요일·공휴일은 오전 7시~오후 10시 사이에 대부업 광고를 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제 의원은 “인터넷TV(IPTV) 보급이 보편화되면서 주문형비디오(VOD) 기반 방송 콘텐츠를 통한 대부업 대출광고는 시간대와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대부업 광고를 TV에서 완전 금지하는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부실채권을 매입해 서민들의 빚탕감·조정을 목적으로 설립된 시민단체 '주빌리은행'의 김지희 사무국장도 이날 국회에서 열린 대부업 TV 광고 사례발표회에서 “주로 젊은 층이 이용하는 인터넷은 방송법 적용이 되지 않으면서 대출 광고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게 다가오는 대부업 광고의 유혹을 끊기 위한 우선순위는 대부업 광고의 퇴출”이라고 강조했다.
대부업계에서는 과잉입법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저신용자가 이용할 수 있는 최후의 금융기관이 대부업체인데 TV 광고를 제한하면 결국 중개대출영업이 급증하는 등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금융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대부업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대형 대부업체의 광고집행비용과 건수가 평균 50% 감소한 반면 대부중개업체를 통한 거래숫자와 액수는 60% 늘었다”고 말했다. 광고를 통해 직거래하는 것보다 중개대출업자를 통한 대출이 이뤄지면 본인이 원하는 금액보다 더 많은 대출을 받도록 강요하는 등의 피해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대부업 광고가 청소년·어린이들의 경제관념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점이 연구로 입증된 사례가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날 제 의원은 일부 대부업체가 전화를 통한 보증의사 확인만으로 연대보증 상품을 운용하는 실태를 막기 위한 대부업법 개정안도 함께 발의했다. 이에 대해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출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부업체들의 평균 대출승인률이 평균 20%가 안되는 상황에서 중소형 업체 일부가 보증상품을 유지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대출을 막아버리면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점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부업체 TV광고, 연대보증 금지' 토론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윤경 의원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25일 국회에서 열린 '대부업체 TV광고, 연대보증 금지' 토론회 참석자들이 피켓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제윤경 의원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