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미국에서 보호무역 바람이 점차 거세지면서 철강업계가 타깃이 되고 있다. 보호무역은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결정으로 중국이 비관세 장벽을 높이는 형태로 무역 보복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우리나라 역시 무역규제조치가 필요하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정부 측은 업체의 별다른 의뢰가 없는데다 대화채널이 있어 규제조치가 필요치 않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중국산 H형강에 대해 최대 33%의 반덤핑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한국이 수입산 철강재에 대한 규제조치를 내린 것은 H형강이 유일하다. 사진/뉴시스
26일 코트라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한국을 포함한 5개국의 냉연강판에 대해 반덤핑 및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했다. 특히 한국산 냉연에 대해서 각각 6.32~34.33%, 3.91~58.36%의 반덤핑 및 상계관세를 최종 확정했다. 앞서 미국은 지난 6월 한국산 부식방지표면처리강판에 대해 8.75%~47.8%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기도 했다. 중국 정부 역시 한국산 방향성 전기강판 제품에 대해 37.3%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특히 이번 냉연강판에 대한 미국 상무부 판정에서
포스코(005490)와
현대제철(004020) 등이 조사에 성실히 협조하지 않았다고 판단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발표된 '무역특혜연장법' 에 피조사자가 최선을 다해 조사에 협조하지 않을 경우 상무부가 원하는 정보를 통해 조사를 보완할 수 있다는 조항이 명시돼 업체들에 불리하게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철강재에 대한 보호무역주의는 미국 뿐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횡행하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전세계 28개국에서 총 169건의 대한 수입규제 조치가 적용되고 있는데, 철강금속이 이 중 절반가량(83건)을 차지했다. 올 상반기 규제대상이 된 23건 중 17건 역시 철강금속에 해당한다. 인도와 태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이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코트라는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국산 저가품 공세가 이어지면서 하반기부터 선진국보다 신흥국에서 한국 철강제품에 대한 수입규제조치가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러한 철강업계는 속앓이 보단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수출전략을 재점검하는 한편 항소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는 미국 냉연 수출량이 미미한 수준이지만 타국가로 전환판매하는 등으로 판정 결과 영향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현대제철 역시 내부적으로 대응방안 마련에 착수했다. 다만 승소 가능성을 따져 법률적인 조치를 취하기까지 현실적 어려움이 있는데다 향후 관계도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액션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이 1억톤씩 해외로 밀어내면서 이번 사태를 촉발했지만 전세계 철강경기가 좋지 않은 것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자체의 철강산업 경쟁력은 없다고 판단되는데, 억지로 자국산업을 보호하려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는 타국가에 비해 무역제재가 적어 아쉽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수입재로 인해 여러 품목에 걸쳐 피해가 현실화되고 있지만 실제 규제조치로 이어진 것은 H형강 한 품목에 불과하다"고 토로했다. 업체들은 정부가 나서주길 바라고 있지만 정부 측은 업체들이 자체 채널을 갖고 있는데다 별다른 조사 신청이 없는 상황이라고 맞서고 있다.
산업부통상자원부는 주요 수입국인 중국과 일본의 정례적인 대화 채널을 통해 수입재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업체들의 수입재에 대한 조사 의뢰가 없어 별도의 조치 없이 대화를 통해 조정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