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국 투자 연간 50억달러 시대, 사드에 위협

FTA 효과에 대중 투자 급증…일본 등 세계적 추세와는 반대

입력 : 2016-07-26 오후 5:58:34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중국에 대한 한·일 양국의 투자전략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은 지난해 말 발효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효과가 확대되고 있는 반면, 일본은 제조업 전진기지로서의 매력을 잃은 중국을 점차 떠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국내 기업의 대중국 투자에 대해서는 기대와 긴장이 동시에 묻어났다. 사업영역이 제조에서 서비스 분야로 확대될 것이란 낙관론이 제기되는 동시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같은 정치적 외풍에 따른 경제적 피해를 주의해야 한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26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 중국에 대한 한국 기업의 투자액은 28억4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4억1000만달러보다 17.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에 이어 4번째로 큰 규모로, 2011년 이후 5년 연속 증가세다. 연간 투자금액은 50억달러 중반에 도달해 200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의 중국 투자 증가는 FTA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20일 정식 발효된 한·중 FTA로 한국 기업의 중국 진출 의욕이 제고됐다. 여기에 한류로 인한 게임과 의료 등 서비스 분야에 대한 양국간 협력 프로젝트가 증가하고 있는 점도 투자 증가의 원인으로 해석됐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베이징지부장은 "FTA로 매년 관세율이 낮아지는 데다, 한국 기업 투자에 우대 혜택을 주는 전용 산업단지가 옌타이, 옌청, 후이저우 등지에 조성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들의 투자 논의가 활발한다"고 말했다. 하반기에는 서비스와 투자분야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하는 양국간 2단계 FTA 협상이 개시될 가능성이 높아 한국 기업의 투자 확대는 계속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일본 기업의 올 상반기 대중국 투자 금액은 17억2000만달러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4% 위축된 것으로, 2012년 이후 4년째 감소세가 지속됐다. 특히 올 들어 일본의 투자액은 한국의 60% 수준에 불과해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2005년 이후 줄곧 한국을 크게 앞서던 일본의 대중국 투자는 지난해부터 역전됐다. 
 
이면에는 일본 기업의 대중국 투자 기조 변화가 있다. 올 초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일본 기업 중 38.1%만이 '중국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답했다. 비율이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절반을 상회하는 51.3%는 '현상유지'를, 나머지 10.5%는 '비즈니스 축소'나 '제3국 이전'을 말했다. 중국의 성장 속도가 점차 둔화되고 있는 데다 인건비 증가 등의 영향으로 중국이 더 이상 제조업 기지로서의 가치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의 기조와도 일치한다. 
 
새로운 생산기지로 각광받는 베트남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회원국이란 사실도 일본 기업들의 변심을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됐다. 베트남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 등 TPP 회원국으로 수출할 때 더 유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TPP는 미국, 일본, 멕시코, 베트남, 호주 등 태평양 연안 12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자유무역협정이다.  
 
중국에 대한 전반적인 투자 둔화 속에 한국 기업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제조업에서 서비스 분야로 투자 영역이 확대되며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중국 내수시장 진입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문제다. 최근에는 사드 배치 결정으로 중국의 경제보복 조치 가능성마저 제기되며,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됐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입장은 강경하고 단호하다. 지난 24일(현지시간) 라오스 비엔티안에서 윤병세 외교부장관을 만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최근 한국측의 행위는 양국 상호 신뢰의 기초에 해를 끼쳤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왕이 부장은 이어 "한중 관계를 수호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실질적 행동을 취할지 들어보려 한다"며 사드 배치 프로세스 중단을 압박했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이뤄진 첫 번째 고위급 회담에서 예상보다 강한 수위의 발언이 나오자 우리 외교당국의 당혹감도 커졌다.  
 
기업들은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 휴대폰 수출이 전면 중단됐던 2000년 마늘 파동이 재연될까 노심초사다. 실제로 중국 현지에 진출한 기업들은 행여나 불똥이 튈까 최대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기업 관계자는 "사드와 경제제재를 연결짓는 분석조차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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