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웃는 얼굴에 뒤통수 맞은 한·중 양자면담

입력 : 2016-07-25 오후 4:53:48
[뉴스토마토 이해곤기자]중국시간으로 24일 오후 5시 드디어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러우 지웨이 중국 재무장관과의 양자면담이 시작됐다. 유 부총리는 중국 청두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참석 중이었다.
 
양국 경제 수장들의 면담은 20여분 정도로 예상보다 짧게 끝났다. 비공개로 진행된 면담이기에 두 수장이 만남은 사진으로만 공개가 됐다. 면담 이후 공개된 사진 속 유 부총리와 러우 지웨이 장관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발해 있었다. 이후 진행된 면담의 내용은 기재부를 통해 공개가 됐고 사진의 분위기 처럼 양국의 공조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겠다는 희망적인 내용이 담겼다. 정부 관계자를 통해 알려진 면담의 분위기도 시종일관 화기애애 했다고 한다. 
 
비록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와 관련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관례처럼 해오던 양자면담이 성사됐고, 양국의 관계가 지금처럼 우호적일 거라는 희망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면담은 시작 전부터 관심이 높았다.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처음으로 양국 경제 정상이 만나는 자리로 특히 한국은 중국의 경제 보복 우려에 촉각은 곤두세우고 있는 입장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질지 매우 궁금한 상황이었다.
 
이를 대변하듯 면담은 성사 여부 부터 안개 속에 가려져 있었다. 한국측은 꾸준히 중국과의 양자면담을 추진했지만 중국의 확답을 쉽게 받을 수 없었다. 결국 양자면담은 G20의 공식 일정이 모두 끝난 24일 오후에 진행됐고, 이 소식 조차도 불과 면담 시작 전 1~2시간 전에야 알 수 있었다. 정부 관계자들 뿐만아니라 동행 기자들도 중국측의 묵묵부답에 애를 태워야 했다.
 
어쨌든 극적으로 성사된 양자면담으로 '최악의 상황'은 피한 것으로 보였다. 사드 배치 이후 중국과의 경제 갈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만약 양자면담이 결렬 됐다면 우려는 걷잡을 수 없이 커졌을 것이다. 중국의 태도 변화가 확실시 되는 것으로 여겨졌을테고 유 부총리에게도 큰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면담이 끝나고 채 얼마가 지나지 않아 면담장에서 보여준 양국 경제 수상의 웃음은 의미가 서로 달랐음을 알게 됐다. 
 
경제 수장의 면담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열린 한중 외교장관 만남에서 결국 중국은 사드 배치에 대한 불편함을 노골적으로 나타냈다. 불과 몇 시간 전 열린 유 부총리와 러우 지웨이 장관과의 만남과는 상황이 돌변한 것이다. 이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사드가 양국 신뢰에 손해를 줄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후 사진 속 웃음의 의미를 다시 곰곰히 되짚어 생각해봤다. 유 부총리의 웃음은 한국과 중국의 경제 관계가 지금처럼 우호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에서 나왔을 것이다. 하지만 지우 러웨이 장관의 웃음은 한중 경제관계나 사드가 원인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저 아무 탈 없이 끝난 G20 회의에 대한 안도에서 나왔을 수도 있고,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또 다른 이유에서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결국 우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그들의 '웃는 얼굴'에 덜컥 마음을 내려 놓고 뒤통수를 맞은 모양새가 됐다. 이번 양자면담을 통해 한가지 배운 것이 있다면 바로 이것이다. 웃는 얼굴에 속지 말자.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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