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하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은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이에 따라 2011년 6월부터 5년 넘게 지속된 논란에 종지부를 찍었다.
헌재 전원재판부는 2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기자협회 등이 "김영란법 제2조 제1호 마목 등이 언론의 자유와 사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낸 헌법소원심판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
재판부는 우선 사립교원과 언론인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으로 규정한 조항에 대해 재판관 7(합헌)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재판부는 "교육과 언론의 부패는 파급력이 크다"며 "사립학교 관계자와 언론인을 공직자 등에 포함시킨 것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이들에게 아무런 이유 없이 1회 100만원 또는 연간 300만원을 초과하는 금품 등을 준다는 것은 건전한 상식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김창종·조용호 재판관은 "민간 영역에 있는 이들에게까지 청탁금지법을 통해 형벌과 과태료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한 것은 과도한 국가 형벌권의 행사"라며 "진지한 논의 없이 여론에 떠밀려 졸속으로 입법됐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배우자의 금품수수 행위를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는 조항도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합헌 판단했다. 재판부는 "배우자가 금품 등을 받거나 그 제공의 약속 또는 의사표시를 받았다는 객관적 사실을 고지할 뿐이고 이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며 양심의 자유나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 김영란법에 정의된 '부정청탁'과 '사회상규'의 의미도 모호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들 용어가 형법에서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으며 대법원도 이에 대한 의미와 관련해 많은 판례를 축적하고 있어 명확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식사비 3만원·선물 5만원·경조사비 10만원' 등 허용되는 금품 및 외부강의 등 사례금액의 규제 상한액을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정하도록 한 점도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며 합헌으로 판단했다.
이날 국민권익위원회는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우리 사회의 부정부패가 근절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도 "부패척결의 초석을 놓을 김영란법의 합헌 선고를 환영한다"고 논평했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하창우)는 "각계에서 법률의 위헌성을 계속 지적했지만 헌재는 국회의 포퓰리즘 입법을 견제해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해야 할 책무를 망각하고 법리적 판단보다 정치적 판단에 치중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앞서 대한변협과 한국기자협회 등은 지난해 3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민간 영역의 언론이 포함된 것은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이후 인터넷 언론사와 사립학교 및 사립유치원 관계자 등도 추가로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헌재는 이들 사건을 병합 심리해왔다.
김영란법은 공직자와 언론사 임직원, 사립학교 및 유치원 임직원, 사학재단 이사진 등이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1회 100만원 이상, 1년에 300만원 이상의 금품 또는 향응을 받으면 형사처벌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재판관들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자리하고 있다. 사진 / 뉴시스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