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가전 ‘유해물질’ 논란, 시장 재편 신호탄 될까

OIT 항균필터·니켈 정수기 논란에 업계 후발주자들 기회 얻어

입력 : 2016-07-28 오후 6:47:23
[뉴스토마토 이성휘기자] 중금속 니켈이 검출된 얼음정수기, 옥틸이소티아졸린(OIT)이 함유된 항균필터를 사용한 에어컨·공기청정기 등 계속되는 유해물질 논란에 생활가전업계가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계 후발주자들 사이에서는 이번 논란을 오히려 ‘반전과 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는 움직임이 포착돼 주목된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LG전자·쿠쿠전자 등 OIT 항균필터 논란에 휩싸인 업체들은 필터 무상교체 등 적극 대응에 나서면서 악재 최소화에 주력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자사 제품이 OIT와 무관하다는 것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위기를 기회로 돌리기 위해 홍보에 나선 기업들도 있다.
 
로버트보쉬코리아(보쉬)는 지난 11일 자사 차량용 에어컨·히터 필터 제품에서 “OIT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보쉬 측은 “자동차 에어필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독일 프로이덴버그사와 외부 분석기관에서 실험을 진행한 결과, 보쉬 PM10과 PM2.5 기준의 차량용 에어컨·히터 필터 제품에서 OIT 성분이 미검출 됐음을 확인했다”며 “보쉬는 차량용 에어컨·히터 필터 전 제품에 별도의 인위적인 화학약품이 가해지는 항균기능을 일체 채택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종합 생활가전 업계 진출을 선언한 자이글은 자사의 공기청정기를 ‘국내 최초의 적외선 공기정화기’라며 기존 제품과의 차별화에 나섰다. 이진희 대표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본사의 공기청정기는 적외선으로 공기 중 세균 및 바이러스까지 살균해 OIT 등 화약물질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생활가전기업 하이일렉도 27일 “공주대학교 약물남용연구소에 의뢰해 자사 음이온 공기청정기를 조사한 결과 OIT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며 “공기청정기 헤파필터에 문제가 되고 있는 화학약품이 아닌 정전방식과 음이온 향균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고 홍보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중소업체들은 가격대 성능비 등을 감안해 고가의 항균필터를 사용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는데, 이번 일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며 “브랜드가 아닌 가격과 성능으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기회가 늘어났다”고 평가했다.
 
윤성규(왼쪽) 환경부장관이 지난 23일 오전 서울의 한 정수기업체 기술개발(R&D) 센터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정수기 구조 및 품질관리 현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근 니켈이 검출된 얼음정수기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정수기 업계에서는 직수형 정수기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간 정수기 시장은 냉·온수와 얼음 제조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물탱크형 정수기가 대세였다. 업계 1·2위인 코웨이와 청호나이스의 주력상품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 얼음정수기에서 중금속 등 이물질이 검출되면서 다양한 기능보다 순수 정수 능력과 위생 측면을 따지는 소비자 시선이 늘었다. 기능이 간단한 대신, 세균 번식 우려가 적은 직수형 정수기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이 커진 이유다.
 
2014년 10만대 이하였던 국내 직수형 정수기 시장은 지난해 28만대에 이어 올해는 40만대를 돌파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최초로 냉·온수 기능을 구현한 동양매직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쿠쿠전자, 교원웰스 등도 비슷한 기능을 갖춘 제품들을 속속 선보이며 경쟁에 뛰어들었다.
 
업계 관계자는 “직수형은 물탱크형에 비해 크기도 작고 가격도 저렴하다”며 “1~2인 가구가 늘면서 직수형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추세인데, 이번 이물질 논란으로 그 추세가 가속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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