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깡통주택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가계부채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반면 공급과잉과 미분양 증가 등으로 인한 집값 하락 전망이 제기되면서 깡통주택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6월중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0.12%포인트 하락한 2.77%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지난달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주택금융공사 정책모기지론 포함)은 500조9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4조8000억원 증가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5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역대 최대 수준이다.
여기에 담보인정비율(LTV)이 60%를 넘는 고위험 대출도 대폭 증가했다. LTV는 주택을 담보로 대출받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주택가격) 대비 대출한도다.
금융감독원 집계를 보면 담보가치의 60%를 초과하는 대출 잔액은 2014년 9월 말 70조4000억원에서 올해 3월 말 133조6000억원으로 무려 63조원 이상 급증했다.
LTV 60% 초과 대출이 전체 주택담보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21.1%에서 35.1%로 크게 뛰었다.
반면 지난해부터 대규모 신규분양 물량이 지속적으로 공급되면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이미 지방 주요 도시에서는 아파트가격 하락세가 나타나고 있으며 미분양 물량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통계 결과 올 상반기 주택 인·허가 실적은 전국 35만5000가구로 1991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수도권 보다는 지방의 상승폭이 컸다.
공급물량이 꾸준히 증가하면 미분양도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전월(5만5456가구)대비 8.2%(4543가구) 증가한 총 5만9999가구로 집계됐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점차 식어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지속적인 부동산 규제 완화와 함께 저금리 기조가 뒷받침 되면서 건설사의 주택 공급은 여전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 이후부터 부동산 가격이 본격적으로 하락할 경우 깡통주택이 속출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이 워낙 많다보니 이를 상환하고 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 문제가 심화되면서 인구 감소로 인한 부동산 공급과잉 현상이 심각해질 경우 주택 가격 하락세는 불 보듯 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박사는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주택 공급이 계속되면서 향후 집값 하락 시 깡통주택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금융위기 때도 용인 등 주택 공급량이 많았던 지역 위주로 깡통주택이 발생했던 만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등 가계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집값 하락 시 깡통주택이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KB국민은행 여의도본점 주택담보 대출 상담부스 전경.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