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숙의 파리와 서울 사이)검찰정치 막아야 한국 민주주의 부활한다

입력 : 2016-08-02 오전 6:00:00
대의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은 입법권·사법권·행정권의 분리다. 독재나 전제군주 체제에서는 일반적으로 모든 권한이 행정부에 집중된다. 프랑스 정치사상가 몽테스키외는 1748년 삼권분립을 연구해 유명한 정치학 이론서인 <법의 정신>을 세상에 선보였다. 그는 모든 권력을 독점한 루이 14세의 절대왕정을 부인하고 한 사람, 혹은 한 그룹이 국가의 모든 권력을 과도하게 손아귀에 넣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삼권분립을 역설했다.
 
삼권분립이라는 키워드로 현재 대한민국을 살펴봤을 때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청와대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공천권까지 쥐고 흔들고 검찰정치는 무소불위의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 권력이 한 사람, 한 그룹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삼권분립을 외치던 몽테스키외가 새삼 그리운 까닭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진경준 검사장의 각종 비리와 구속 기소, 그와 연관된 우병우 민정수석의 막강한 파워와 권력 남용 의혹이 연일 언론지면을 장식하고 있다. 야권은 우 수석 해임을 강력히 주장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그를 사수하려 안간힘을 쓰는 모양새다. 이러한 박 대통령 뒤에는 검찰을 정치에 활용하려는 일부 집권세력들이 버티고 있음이 명백하다.
 
이 사태를 지켜보며 ‘엘리트’라는 개념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흔히 검찰을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고들 한다. 과연 사실일까. 엘리트는 뽑혀서 양성되는 것으로 ‘탁월함’을 내포하기에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한국의 검찰은 어떠한가. 청와대가 부르면 하루아침에 검사복을 벗고 달려가 시녀노릇을 마다하지 않는다. 도저히 엘리트 그룹이라고 규정할 수가 없다.
 
프랑스에서는 검찰이 정치권력과 결탁하지 않는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검사 출신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선에서 승리한 정당이 내각을 구성할 때 집권당 내부에서 장관을 발탁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내부에서 주요 장관을 기용하기보다 관료, 특히 검사들을 국무총리나 법무부 장관, 민정수석 등에 임명하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물론 프랑스에서는 한국과 달리 최고의 인재들이 판사나 검사가 되는 길을 선호하지 않는다. 정치적 영향력이 강한 프랑스 사회에서 인재들은 법조계보다 정계로 진출하길 원한다. 그렇다보니 현재 프랑스 발스 내각의 장관 17명 중 검사 출신은 단 한 명도 없다. 발스 총리는 청년 시절 사회당원으로 입당한 후 국회에서 보좌업무를 시작으로 국회의원, 시장 등을 지내면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 온 전문정치인이다. 
 
장 자크 위르보아스 법무부 장관의 경우 정치인이자 공법학 교수다. 1977년 18세의 나이로 사회당에 첫발을 내딛은 위르보아스 장관은 잠시 정당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1981년 당시 사회당의 거두였던 로카르에 매료되어 당에 복귀했다. 법률을 전공한 그는 1984년에서 1986년까지 국회 보조원을 지냈고 프랑스 브르타뉴 지방의 피니스테르주의 공제조합장을 거쳐 국회의원이 되었다. 그리고 2012년에서 2016년까지 법률위원회 의장으로 활동하던 중 장관으로 기용되었다. 정부 내 나머지 장관들도 대부분 청년시절부터 사회당원으로 활동을 시작해 당내에서 최소 20여 년간 크고 작은 일들을 하다가 마침내 장관이 된 케이스다. 전문정치인이 아닌 검사 출신을 법무부 장관에 임명해 검찰과의 핫라인을 연결하고 있는 박 정부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몽테스키외가 구가했던 삼권분립과 진정한 대의제가 한국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검사정치부터 막을 내려야 한다. 대한민국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 설령 검찰이라 해도 그들은 법조인이지 정치인이 아니다. 전문정치인이 아닌 검사를 청와대로 불러 들여 최고의 권력을 안겨주고 정치를 좌지우지하게 하는 현 정부 아래서 대의제 실현은 불가능하다. 하루 빨리 전문정치인들이 육성되어 정치인의 위상을 높이고 검찰정치를 불식시켜야 한국의 민주주의는 부활된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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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