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LPG는 왜 '미운오리'인가

입력 : 2016-08-02 오후 3:59:27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이번만큼은 전향적인 정책이 나올 줄 알았다."
 
국내 LPG 시장의 하반기 시황을 묻는 질문에 한 업계 관계자는 한숨부터 토해냈다. 연초 경유가 미세먼지 논란에 휩싸였을 때만 해도, LPG가 친환경 연료로 다시 주목받을 것이란 기대가 있었다. LPG 차량의 경우 미세먼지 원인물질인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경유차 대비 30분의 1 수준인 데다, 전국에 산재한 충전소 인프라, 뛰어난 가격경쟁력 등 경유 대체제로서의 모든 요소들을 갖추고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6월 내놓은 미세먼지 특별대책에서 LPG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친환경 차량 보급 및 인프라 확대를 위한다면서, 초점은 오롯이 전기차에 쏠렸다. LPG가 찬밥 신세를 면치 못하자, 일각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가 정유업계와 LPG업계를 차별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까지 흘러나왔다.
 
앞선 관계자는 "산업부 입장에서는 LPG뿐만 아니라 정유도 바라봐야 하니 특정 업계에 혜택을 주는 행동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강하다"며 "5년 이상 운행한 중고 LPG 택시·렌터카를 일반인도 구매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할 당시에도 산업부가 반대를 많이 했었고, 이번 경유 논란 때도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LPG차를 사용하도록 하자는 주장에 반대의견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와 환경부 등 관련부처를 비롯해 정치권에서도 이번 미세먼지 특별대책으로  LPG 사용제한 완화를 검토했지만, 산업부의 반대에 부딪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의 홀대 속에 업계 스스로 목소리를 내기도 힘들다. 정유사들은 LPG업체들의 주요 고객사들이다. LPG업계가 앞장서서 LPG 보급 확대를 주장할 경우 고객사인 정유사들과 얼굴을 붉혀야만 하는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SK가스의 경우 그룹 내 SK이노베이션과의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이와 함께 현재 정유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대한석유협회는 산업부, 대한LPG협회는 환경부 산하 기관이라는 점에서 협회 차원의 움직임 역시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주장까지 나온다. 
 
다른 업계 관계자도 "LPG 사용제한 완화와 보급확대 주장은 단순히 업계 이익을 위해 억지를 부리는 것이 아니다"며 "미세먼지가 국민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친환경적 요소뿐만 아니라 이미 인프라를 모두 갖추고 있는 LPG 사용을 합리적으로 고민해 볼 수 있는 상황인데 산업부가 보수적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친환경 차량 정책에서도 '섹시한 아이템'이라는 이유로 중장기 계획인 전기차만 강조하고 있다"면서 "반면 LPG는 시행령 하나만 손봐도 당장 활용이 가능해 여러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경유 논란과 LPG 사용제한 완화 이슈는 단순히 업계의 이해관계로만 바라볼 문제가 아니다. 대의적 측면에서 미세먼지 감축과 국가적 인프라 활용도를 고민해야 한다. LPG의 활용도를 높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다. 경제성을 비롯해 환경, 건강을 고민하는 소비자들의 합리적 선택을 언제까지 법으로 제한할 것인가.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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