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건강한 먹거리로 경제적·사회적 가치 실현

"건강한 간식을 누구나 먹을 수 있게" 리얼씨리얼의 탄생
"소셜벤처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성공모델이 되고 싶다"

입력 : 2016-08-04 오후 2:28:20
의식주(衣食住)는 인간이 생활하는 데 있어 기본이 되는 세 가지 요소다. 지난해부터 먹방(먹는 방송), 쿡방(요리하는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식(食)에 대한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생존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로 인식됐던 먹거리가 이제 볼거리, 즐길거리가 됐다. 사람들은 '얼마나 먹어야 하는지'가 아닌 '무엇을 먹어야 하는지'를 고민한다.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니는 것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았다. 또 다시 변화가 일었다. 먹거리 시장에 '웰빙' 바람이 불면서다. 소비자들의 관심은 맛있는 먹거리에서,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로 옮겨갔다. 비위생적인 불안한 먹거리를 찾아내는 TV프로그램도 덩달아 인기다. 이 같은 웰빙 바람을 타고 탄생한 소셜벤처가 있다. 건강간식 '에너지바'를 만들어 판매하는 '리얼씨리얼'이다. 에너지바는 열량 보충이 필요하거나 바쁜 생활 속에서 식사시간이 모자랄 때 한 끼 식사 대용이나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이다. 리얼씨리얼은 '소득수준에 관계 없이 누구나 건강한 먹거리를 접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겠다'는 미션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리얼씨리얼로 만드는 건강한 사회를 꿈꾸는 김정관 대표를 만나봤다.
 
[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지난 2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김정관 대표를 만났다. 훤칠한 키에 마른 체형의 젊은 남성이 인사를 건넸다. 30대 중반의 CEO. 놀랄 것도 없었다. 벤처업계에서는 30대 CEO를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다만 30대 남성 CEO가 에너지바를 직접 개발해 판매하고, 여기에 사회적 가치를 더해 나눔까지 실천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김정관 리얼씨리얼 대표. 사진/리얼씨리얼
 
대학 시절부터 꿈꿔왔던 창업의 길
 
"대학 시절 자원봉사를 하면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습니다. 또 사회적기업에 인턴으로 일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죠. 그 당시는 회사를 차릴 형편이 안 됐기 때문에 직장생활을 통해 경험부터 쌓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사회적 약자를 돕는 활동을 하는 프로보노 단체에 속해, 사회적기업들이 사업을 하는 과정을 직접 눈으로 봤다. 현재 업계 내에서 잘 알려진 패션 사회적기업 '오르그닷'이 지난 2009년 발을 내딛는 과정도 지켜봤다. 그렇게 사회적 기업가에 대한 꿈을 키웠다.
 
사회적기업은 그에게 익숙하다. 그는 "10여년간 사회적기업 주변에서 활동하면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이익, 모두를 추구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에 박혔다"며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 소셜벤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먹거리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패스트푸드를 좋아했던 때가 있었죠. 음식으로 건강이 무너지는 것을 경험했어요. 채식을 시작했고, 그러면서 식품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생각은 곧 실천으로 이어졌다. 일찌감치 창업을 계획한 만큼 향후 창업에 도움을 얻을 수 있는 분야에서 직장생활을 이어갔다. 쇼핑몰에서 MD(상품기획자)로 경험을 쌓고, 대기업의 사회공헌재단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곳에서 김 대표가 담당한 일은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도시락 관련 업무였다. 취약계층에 대한 이해도 높아졌다.
 
3년간의 직장생활을 마친 후 2013년 그는 창업에 뛰어들었고, '리얼씨리얼'을 탄생시켰다. 작지만 뜻 있는 기업의 대표로 거듭나던 순간이었다.
 
'선주문 후제조'…제조부터 포장, 배송까지 원스톱
 
왜 '리얼씨리얼'일까. 김 대표가 처음에 판매한 제품은 에너지바가 아닌 우유에 타먹는 씨리얼이었다. 씨리얼을 판매해 수익도 얻고,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나눔활동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씨리얼은 우유에 대한 추가 지출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었다. '건강한 간식을 누구나 먹을 수 있게 한다'는 회사의 미션과도 맞지 않았다.
 
"우유를 추가로 지출해야 하는 게 부담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을 고민하다가 에너지바를 개발하게 됐죠. 평소 운동을 좋아해서 에너지를 많이 쓸 때마다 에너지바를 먹었는데, 익숙했던 생활이 사업 아이템으로 연결됐습니다."
 
리얼씨리얼의 에너지바. 사진/리얼씨리얼
 
웰빙 바람을 타고 이미 시중에 여러 브랜드의 에너지바가 모습을 드러냈다. 차별화 없이는 리얼씨리얼이 살아남기 힘든 환경. 리얼씨리얼은 예약주문과 건강한 식자재로 승부수를 띄웠다.
 
리얼씨리얼의 전 제품은 예약주문제로 생산된다.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제조에 들어간다. 때문에 일주일가량 배송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은 분명 불편이다. 하지만 소비자 대부분은 건강한 먹거리를 위한 대가로 여긴다. 한 달을 기다려야 제품을 받을 수 있었던 사업 초기와 비교하면 불편함도 많이 줄었다. 초창기에는 김 대표 혼자 작업을 해오다가 수요가 많아지면서 지금은 2명의 직원이 함께 일하고 있다.
 
또 다른 차별화는 첨가물을 쓰지 않고 건강한 식자재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점이다. 크리스피 오트밀, 아몬드 크리스피 오트밀, 아몬드, 건조 크랜베리 등 영양 가득한 견과류 원료를 분쇄하지 않고 에너지바 형태로 만든다. 단백질 함량은 높이면서 지방과 나트륨, 당류 비중은 낮췄다. 합성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때문에 유통기한이 제조일로부터 한 달이다. 시중에 나온 다른 제품에 비해 짧다. 이 역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대가다.
 
힘든 시기도 있었다. 작은 회사이다 보니 제품을 알리는 데 한계가 따랐다. 별도의 홍보수단이 없었다. 김 대표는 "우리 같은 작은 회사가 신제품을 내놓는다 해도 소비자들은 모른다"며 "특히 초창기 제품 홍보가 중요한데 그 부분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체 뉴스레터를 통해 홍보 채널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홍보도 하고, 고객의 피드백도 들을 수 있었다. 에너지바는 첫 출시 후 7개월쯤 지나 그 크기가 작아졌는데, '여성이 먹기에 크기가 크다'는 고객들 의견이 반영된 결과였다.
 
건강 나눔으로 사회적 가치 실천
 
리얼씨리얼은 에너지바 판매 수익의 경제적 가치와 취약계층에 대한 나눔으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한다.
 
'리얼먹스타그램'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리얼씨리얼의 대표적인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음식사진을 올릴 때마다 에너지바 1g을 모아 결식아동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밖에도 지역아동센터에 에너지바를 기부하고 있으며, 중·고등학교를 찾아가 건강간식에 대한 지식도 전달하고 있다.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도 계획 중이다. 김 대표가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데 있어 우선으로 꼽는 것이 고용창출이다. 이민자, 노인, 미혼모 등을 고용해 사회적 약자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올 하반기에는 2명을 추가로 고용할 예정이다. 고용 규모는 회사의 성장에 비례한다. 그만큼 리얼씨리얼이 성장해왔다는 증거다. 김 대표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았다.
 
"제조부터 포장, 유통까지 담당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인력이 필요합니다. 현재 미혼모 등을 대상으로 면접을 보고 있고, 장기적으로도 더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서 취약계층을 고용하는 하나의 채널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목표에 대해 물었다. "크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식품관련 소셜벤처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고 싶어요. 성공한 선배로 후배들에게 멘토링을 해주면 소셜벤처 생태계가 선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 생각합니다." 김 대표가 외형 성장을 절실히 원하는 이유다. "이렇게 의식주 분야별로 하나씩만 모델이 될만한 기업이 생겨도 소셜벤처에 희망이 있을 겁니다." 그의 대답에서 기대와 자신이 묻어났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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