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정부가 건설업 발주제도 개선작업을 본격 추진한다.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발주제도 개선을 통해 국내 건설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건설업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산하 기관을 중심으로 시공책임형 CM, 순수내역입찰제, 확정가격최상설계방식 턴키, 적심제 변별력 강화 등 건설 발주제도 혁신을 위한 4대 시범사업을 추진한다.
우선 발주 규모가 크고 사업관리 역량이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철도공단을 중심으로 기관별 1~2건에 대해 연내 발주를 추진한다. 구체적인 시범사업 대상, 사업자 선정 방식 등은 관련 절차를 거쳐 추후 확정할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발주기관에 최대한 많은 선택지를 부여해 재량 강화 ▲줄 세우기식 가격 경쟁보다는 기술 경쟁 유도 ▲양질의 해외 수주를 위한 테스트베드로서의 선진 발주제도 도입 등 세 가지 기본 방향을 토대로 추진된다.
시공책임형 CM은 시공사가 설계 단계부터 참여해 시공사의 시공노하우를 설계에 미리 반영하고 설계가 종료되기 전 발주자와 협의한 공사비 상한(GMP) 내에서 책임지고 공사를 수행하는 제도다.
현재 건설공사에서 일반적으로 활용되는 설계-시공 분리 발주는 단순 도급 방식으로 표준화된 시공을 하는 데는 유리하지만 잦은 설계변경, 공사비 초과, 공기 지연 등 많은 문제가 제기돼 왔다.
국토부는 시공책임형 CM 제도 도입을 통해 설계변경 등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 리스크와 공사 참여자 간 분쟁을 줄이는 등 생산체계 효율성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또 순수내역입찰제를 통해 건설업계의 견적 능력도 높인다는 방침이다. 순수내역입찰제는 건설사가 직접 공종별로 물량과 단가를 산출해 입찰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 제도는 2007년 국내에 도입됐지만 공공부문에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 턴키제도는 발주기관이 제시한 확정가격 하에서 최고의 설계를 한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는 제도다. 그동안 턴키제도는 기술형 입찰 취지와는 다르게 주로 가격-기술 점수 간 가중치 방식으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저가 투찰을 통해 기술 점수를 역전할 수 있었지만 가격 경쟁 없이 기술력만 평가하는 확정가격 최상설계 방식이 활성화되면 업체 간 기술 경쟁을 유도하고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담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실제 시공 능력이 없는 부실 업체 및 페이퍼컴퍼니를 배제할 수 있도록 적격심사제의 공사수행능력 심사 기준도 개선한다. 아울러 건설 엔지니어링 분야의 해외 진출 확대를 위해 기술력을 중시하는 글로벌 기준의 용역 적격사 선정 기준도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도입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 발주제도와 시장 참여자들의 관행은 글로벌 스탠더드와는 많이 동떨어져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가격 경쟁 위주의 물량 배분식 발주가 주를 이뤘지만 건설업체의 글로벌 기술력을 향상시키는 데는 많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전문가들도 인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건설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를 위해서는 국제 사회에서 통용되는 발주제도 및 관행을 하루빨리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시범사업을 우선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국내 건설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발주제도 개선 작업을 추진한다. 사진은 지난달 12일 상판 기울임 사고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칠산대교 14번 교각 하부에 대한 보강공사 현장 모습. 사진/익산국토청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