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SKC가 자회사 SKC솔믹스의 태양광 잉곳·웨이퍼 사업 정리를 검토 중이다. 올 들어 국내 태양광 업체들이 잇따라 실적개선에 성공한 가운데 SK가 태양광 사업에서 한발 빼는 모습을 보이면서 그 이유에 업계 관심이 쏠린다.
SKC는 지난 8일 진행된 2분기 경영실적 설명회에서 "자회사 SKC솔믹스는 태양광 사업 정리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회사 측은 현재 최종 정리 여부, 정리 방법 등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기업설명회에서 공식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사실상 정리수순을 밟을 전망이다. 사업 정리가 최종 결정될 경우 SK그룹이 영위하는 태양광 사업은 SKC의 태양광 모듈용 필름만 남게 된다.
SKC솔믹스의 잉곳·웨이퍼 사업은 실제로 극심한 적자 상태를 이어왔다. 지난해 SKC솔믹스의 영업이익은 35억원으로, 이중 반도체 및 액정표시장치(LCD) 공정용 부품소재를 만드는 파인세라믹 부문은 160억원으로 견조한 성적을 기록한 반면 태양광 부문에서는 125억원의 손실을 봤다. 사실상 파인세라믹에서 거둬들인 이익을 태양광에서 모두 깎아먹은 셈이다.
잉곳·웨이퍼를 생산하는 국내 다른 업체들 역시 비슷한 처지다. 넥솔론의 경우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다가 2014년 8월 법정관리에 돌입, 현재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며 웅진에너지 역시 1분기 94억원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이는 태양광 발전소 사업으로 톡톡히 실적개선 효과를 누리고 있는 다른 업체들과 상반된 모습이기도 하다.
태양광 사업의 밸류체인도.사진/SKC솔믹스 사업보고서
한 태양광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사업은 업스트림인 폴리실리콘, 잉곳·웨이퍼, 셀·모듈과 다운스트림인 태양광 발전소 개발·건설·운영 등으로 이뤄지는데, 각 벨류체인마다 시장이 별개로 움직이는 특성을 갖는다"며 "최근 다운스트림 시장 확대에도 업스트림 시장은 공급과잉 때문에 그 수혜를 누리지 못하는 상태로, 전세계 폴리실리콘과 잉곳·웨이퍼 업체들의 치킨 게임이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규모 차원에서 잉곳·웨이퍼 업체들은 폴리실리콘 업체들에 비해서도 열악한 환경에 놓여있다. 다른 관계자는 "국내 태양광 시장은 매우 작은 수준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은 필수"라며 "폴리실리콘, 태양광 발전소 사업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펼쳐지고 있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으나, 잉곳·웨이퍼 업체들은 전부 중견기업으로 글로벌 진출이 녹록치가 않아 중국업체들의 물량 공세에 밀리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따른 SKC의 경영판단 착오라는 지적도 나온다. SKC솔믹스는 반도체용 웨이퍼를 생산하는 업체로 설립됐지만, 이명박 정부가 녹색성장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나선 2010년 신성장 동력으로 태양광을 지목하고 잉곳·웨이퍼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태양광 사업은 전세계적으로 공급과잉에 빠지며 악화일로를 걸었고, 국내 녹색성장 정책 역시 뚜렷한 성과없이 허공에 뜬 상태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