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심수진기자] 영국 영란은행(BOE)의 금리인하 결정 영향으로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BOE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에 따라 국채수익률이 더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영국의 30년물 국채 수익률은 사상 최저치인 1.36%를 기록했다. 지난해까지 2% 수준이었던 10년물 국채 수익률도 장중 한때 0.56%까지 떨어졌다.
이날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곳은 영국뿐만이 아니다.
스페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0.973%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1%를 밑돌았다. 아일랜드의 10년물 국채수익률도 0.37%로 사상 최저치를 나타냈고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1.11%로 지난해 최저수준에 근접했다.
FT는 BOE가 일본은행(BOJ), 유럽중앙은행(ECB)과 함께 대규모 양적완화 행렬에 합류하면서 글로벌 국채수익률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통상 국채 수익률은 가격과 반대로 움직여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은 올라가고 수익률은 떨어지게 된다.
데이비드 잔 프랭클린템플턴 유럽채권 수석도 "BOE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한 데 따른 영향으로 영국을 포함한 유럽 국가들의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4일 BOE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수준인 0.25%로 인하하고 700억파운드 규모의 국채와 회사채를 사들일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영국 경제에 미치는 위험성이 커졌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BOE의 국채 매입이 초반부터 차질을 빚고 있는 것이 국채 수익률 급락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BOE는 이틀째 국채 10년물 매입에 나섰으나 연금펀드와 보험사들이 보유 중인 채권을 내놓지 않아 당초 11억7000만파운드 규모를 매입하려고 했던 목표량에서 11억2000만파운드 규모만 사들이는 데 그쳤다.
FT는 BOE의 자산매입이 당분간 더 어려움을 겪어 국채수익률 하락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프란시스 다이아몬드 JP모건 영국 국채 전략가도 “보통 8월 전후로는 거래가 많지 않아 상대적으로 국채시장에 유동성이 부족한 상황에서 BOE의 완화정책은 시장에 충분한 효과를 줬을 것”이라며 “영국이 8월에 완화프로그램을 실시하면서 양적완화의 한가운데에 서있는 만큼 국채수익률은 앞으로 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BOE의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도 수익률 하락에 영향을 줄 것으로 분석됐다.
이안 맥카펠티 BOE 금리결정위원은 "경기 악화 시에는 추가 양적완화가 필요한데 앞으로 수개월 안에 그렇게 될 것"이라며 국채수익률의 하락이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영란은행(BOE) 건물 명판. 지난 4일 BOE이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을 발표하면
서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국채수익률이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다. 사진/뉴시스·AP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