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한영기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9일 페이스북에 서울시의 청년활동지원사업(청년수당)을 비판하는 내용의 카드뉴스를 게시했다. 서울시 정책이 “청년의 어려운 현실을 이용해 환심을 사려는 행태”이며 “정책효과를 알 수 없는 현금 지급으로 인해 청년들의 열정과 패기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이다. 받은 돈을 다른 곳에 유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50만원의 지원금을 받기 위해 일부러 취업을 안하거나 취업을 6개월 이후로 미룰 가능성은 낮다”며 “매달 활동보고서를 점검하고 지출내역을 확인하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갖추고 있다”는 설명자료를 홈페이지 메인화면에 게시하고 있다.
서울에 1년 이상 거주하고 있는 만 19~29세 장기 미취업 청년들에게 최장 6개월, 매월 50만원의 구직활동 지원금을 지급하는 청년수당 정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가 정면충돌하는 모양새다. 지난 3일 서울시가 청년수당 지급을 발표하자 보건복지부는 다음날 직권취소 결정을 내리고 지급한 돈을 회수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복지부의 직권취소에 대해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낼 방침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8일 청년수당 정책을 설명하고 협조를 구하겠다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청했지만 청와대는 ‘복지부와 논의할 사안’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첫 달 지원금 50만원을 지급받은 2831명의 청년들은 사용가능 여부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깊어지는 가운데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연구위원은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주최 ‘청년수당으로 본 청년 구직지원·구직안전망’ 긴급토론회에서 “서울시의 정책은 중앙정부의 청년정책 공백을 채워주는 새로운 정책적 지향으로 봐야한다”며 정부가 서울시 정책을 가로막는 것을 비판했다. 김 위원은 “고용노동부가 청년 대상 ‘취업성공패키지’ 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지만 취업 성공, 고용의 지속성 등의 사업성과가 저조한 실정”이라며 취업준비에 나서는 청년들을 위한 별도 사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서울시의 청년수당 정책이 변화하는 사회상에 맞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지웅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운영위원장은 “청년실업률이 갈수록 높아지는 상황에서 취업경험이 없는 구직청년은 고용보험 등의 사회안전망에 있지 못하다”며 “숨만 쉬고 살아도 한 달에 60만원이 드는 청년들이 청년수당이라는 안전망을 요구하는 것이 잘못된 것인가"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청년수당 정책을 가로막는 이유 중 하나로 제도 시행 전 보건복지부가 '부동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드는데 대해서도 반론이 나왔다. 전효관 서울시 서울혁신기획관은 “복지부와 올해 초부터 6개월간 정책을 논의하며 ‘이렇게까지 자존심을 굽히면서 해야하나’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일의 성사가 중요하기에 구직활동 범위, 모니터링 등 정부 입장을 수용했다”며 “합의와 통지까지 된 상태에서 갑자기 서울시 정책에 문제가 있다고 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프랑스의 경우 직업훈련에 참여하는 당사자들에게 연간 월 461유로(55만원)를 지급하는 청년보장제를 내년부터 전국으로 확대 실시할 방침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유럽연합(EU) 등을 중심으로 청년보장제 논의가 활발해지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청년수당 문제가 정치문제로 비화되며 청년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날 토론회 사회를 맡은 이병훈 중앙대 교수는 “미취업자 중 취업활동에 나서지 않고 있는 ‘니트족’까지 합하면 청년층의 실질실업률이 34.2%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며 “재난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지자체가 엉뚱한 갈등을 겪는 와중에 청년들이 좌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더민주는 이날 토론회에 보건복지부 관계자의 참석을 요청했지만 참석을 거부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축사를 통해 “(중앙정부가) 규정에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는 자세를 가질 것이 아니다”며 “서울시가 자체 예산을 가지고 다소나마 청년문제 해소에 기여를 하겠다고 한다면 중앙정부가 오히려 더 적극적인 자세로 협력을 해주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활동지원으로 본 청년 구직지원 및 구직안전망'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