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고 김종희 한화 창업주의 부인이자 김승연 회장의 모친인 아단 강태영 여사가 11일 향년 90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유교적 성품을 간직한 전형적인 현모양처 스타일로, 김종희 창업주가 한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데 묵묵한 내조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아들인 김 회장에게는 삶의 스승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
고 강태영 여사.사진/한화
강 여사는 1927년 경기도 평택에서 태어나 수원여고를 졸업했다. 양가 어른들의 소개로 인연이 돼 광복 직후인 1946년 김 창업주와 결혼했다. 김 창업주는 생전 미국 등 각국 유력 인사들과 활발한 교류를 통해 민간 외교관 역할을 차저했는데, 당시 자택을 방문한 외빈들은 강 여사의 정성스런 대접에 감동을 받았다는 후문이다. 1971년 레어드 미국 국방장관 방한 당시에는 이 같은 일화가 신문에 소개되기도 했다. 강 여사는 또 김 창업주를 도와 충남 천안 북일고등학교 설립에 나서는 등 후학 양성에도 적극 동참했다.
1981년 김 창업주와 갑작스레 사별하게 된 강 여사는 경영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장남인 김 회장을 믿고 의지했다. 김 회장에 대해 어린 나이에 회사 일을 맡긴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도 "사업능력과 추진력은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것 같다"며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강 여사의 신뢰 속에 김 회장은 제2의 창업에 성공, 한화를 국내 10대그룹, 포춘지 선정 글로벌 277위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성공회 신자였던 강 여사는 대한성공회, 성가수도회가 추진하는 사회사업에도 적극 나서며 봉사의 삶을 살았다. 문화와 예술에 대한 남다른 열정으로 2005년 자신의 아호를 딴 재단법인 아단문고를 설립해 한국 고서적과 근현대 문학자료를 수집해 학계에 연구자료로 제공하고 있다.
강 여사는 김 창업주와의 사이에 김영혜 전제일화재해상보험 이사회 의장, 김승연 한화 회장, 김호연 빙그레 회장 등 2남1녀를 두었다. 빈소는 서울시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오는 13일 7시, 장지는 충남 공주시 정안면 선영이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