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내수 정책지원 덕분에 자국의 자동차 브랜드들이 ‘고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자국의 브랜드를 보호하기 위한 중국 정부의 정책 및 규제강화가 국내 기업들의 피해로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다.
11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7월 중국 자동차 판매는 총 157만대로 전년 동월 대비 26.4% 성장했다. 차급별로는 단연 SUV(Sport Utility Vehicle)와 MPV(Multi-Purpose Vehicle)의 판매 성장세가 눈에 띄었다. SUV와 MPV는 전년동월 대비 각각 44.5%, 35.1%로 세단 15.3% 보다 판매 성장이 높았다.
중국의 로컬 자동차 브랜드인 장청(Great Wall)이 지난달 자국시장에서 6만455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49.6% 성장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 중국 브랜드는 중국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실제 지리(Geely)는 SUV와 전기차 등 신차효과에 힘입어 지난달 5만6000대를 판매해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04.4% 증가했다. 다른 로컬 브랜드인 장청(Great Wall)과 창안(Changan) 역시 같은 기간 각각 49.6%(6만455대), 28.3%(6만2301대) 성장했다.
같은 기간 중국 시장에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27만965대, Yoy 16.3%), GM(20만6226대, Yoy 18.6%), 토요타(8만6459대, Yoy 1.9%), 닛산(7만7337대, Yoy 12.3%), PSA(3만8899대, Yoy -16.9%) 등 대부분은 중국 자동차 판매평균보다 성장세가 낮았다.
현대차(005380)와
기아차(000270)는 각각 8만대, 4만6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33.3%, 48.4%의 높은 판매성장을 보였지만,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지난해 공장 가동률 급락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에 지난달 성장세가 높아 보였다. 현대차의 지난달 판매실적은 지난 2014년 7월 8만1439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아차 역시 신형 스포티지 신차효과가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하반기 중국 공장 가동률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성장이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에 저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외관 디자인만 복제해 싼값에 판매하던 중국 로컬 브랜드들은 짝퉁 이미지를 탈피한 지 오래다. 대규모 투자를 통해 규모의 경제는 물론 이미지 개선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 또 하이브리드나 전기차 등 친환경차를 제작하는 핵심기술은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해 외연 확대뿐 아니라 내실 다지기에도 나서고 있다.
이 같은 중국 브랜드의 성장은 앞으로 더욱 견고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신흥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2025’를 가동하고 있다. 특히 2020년까지 중국 로컬 브랜드의 ▲전기차 연간 판매량 100만대 ▲세계 시장 점유율 70% 달성 ▲배터리 및 모터 등 전기차 핵심부품 글로벌 시장 점유율 70% 확대 등이 주요 골자다.
이를 위해 중국 정부는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1월 자국 업체가 주로 생산하는 리튬인산철(LFP) 방식의 전기버스 배터리에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고 공언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로컬 브랜드가 중국 시장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건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로컬 기업 보호가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들 로컬 브랜드의 급성장은 향후 글로벌 자동차 시장을 재편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영택 기자 ykim9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