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국내 커피믹스 시장규모가 위축되면서 업계 1위인 동서식품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15일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커피믹스 시장은 2014년 1조400억원에서 지난해 9700억원에 그치며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올해 역시 이같은 하락세가 지속될 전망이다.
업계 안팎에선 커피의 종류가 컵커피, 병커피, 캔커피 등과 스틱형 인스턴트 원두커피, 캡슐커피 등으로 다양해진 것도 커피믹스의 몰락을 부추기는 이유로 꼽고 있다.
특히 동서식품은 커피믹스 시장에서 80% 가량의 압도적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세계 최초로 커피믹스를 개발해 현재 전체 매출의 75% 가량을 커피믹스 제품군에서 벌어들이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과 운명을 같이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나 커피믹스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아 시장이 축소되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웰빙 열풍 속에 '설탕'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이 퍼진 것도 악재다.
실제 동서식품은 지난해 9월 설탕을 3분의 1로 줄이고 자일리톨과 벌꿀을 넣은 신제품도 출시했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간 맥심 커피를 앞세워 고속성장한 동서식품은 2012년 매출 1조5604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제자리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동서식품의 지난해 매출은 1조5106억원으로 2014년보다 소폭(0.3%) 증가하는 데 그쳤다. 특히 2011년 이후 매출은 1조5000억원대에 줄곧 머물러 있다. 영업이익도 2060억원(2013년), 2032억원(2014년), 2013억원(2015년) 등 3년째 조금씩 줄었다.
위기를 느낀 동서식품은 새로운 수익원으로 인스턴트 원두커피 '카누'를 키우고 있다. 그 결과 2011년 처음 출시된 카누는 꾸준한 판매 성장을 보이고 있다.
카누는 2012년 2억3000만 개, 2013년 3억7000만 개, 2014년 5억6000만 개, 2015년 7억4000만 개가 판매됐다. 3년 사이에 판매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동서식품은 지난해 인스턴트 원두커피의 판매량 기준으로 시장점유율 85.8%를 차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 규모는 1000억원 수준으로, 1조원을 책임졌던 커피믹스 시장을 대체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인스턴트 원두커피 판매증가가 커피믹스 판매 감소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제살만 깎아먹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다양한 커피 트렌드의 등장으로 커피믹스 시장은 앞으로도 위축될 것"이라며 "동서식품의 경우 내수에 의존하다보니 뚜렷한 성장 동력을 찾기 어렵다는 점도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형마트에 진열된 커피 제품들. (사진/뉴시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