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올림픽)오심에 운 김현우, 금메달보다 값진 '동메달'

4점짜리 기술이 2점으로 둔갑…"완전히 러시아 판이다"

입력 : 2016-08-15 오전 11:32:46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대한민국 레슬링의 '간판스타' 김현우(28·삼성생명)가 판정 논란에 팔이 빠지는 부상까지 이겨내면서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현우는 이해할 수 없는 판정 때문에 올림픽 2회 연속 금메달을 위한 결승 무대도 밟지 못했지만 그 누구보다 값진 동메달을 따내면서 한국 레슬링의 희망임을 입증했다.
 
김현우는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2016 리우올림픽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5㎏급 16강전에서 로만 블라소프(러시아)에게 5-7로 패했다.
 
경기 운영과 김현우 특유의 침착함 모두 빛났지만 마지막 승부처에서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판정이 나왔다. 멋진 역전승이 오심에 가려졌다.
 
김현우는 2-6으로 뒤진 경기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패시브를 얻어 1점을 추가했다. 이어 가로들기 기술에 성공했다. 그러나 심판은 김현우에게 2점만 추가했다. 가로들기 기술은 4점짜리 기술인데 그 절반만 준 것이다. 기술을 제대로 인정했다면 7-6으로 김현우의 역전승이 되는 경기였다. 안한봉 감독과 박치호 코치는 발끈하며 매트까지 올라가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심판진은 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원심을 인정하며 안 감독과 박 코치한테 퇴장명령까지 내렸다.
 
김현우는 아쉬운 판정을 뒤로하고 패자부활전을 거쳐 동메달 결정전에 진출했다. 여기서 김현우는 크로아티아의 스타르체비치를 6-4로 꺾으며 '눈물의 동메달'을 손에 넣었다. 특히 김현우는 동메달 결정전 1피리어드 종료를 앞두고 옆굴리기를 당하면서 팔이 빠지는 아픔도 겪었다. 하지만 그 상태로 경기를 계속해 2피리어드에서 4점을 추가하며 역전승으로 동메달을 품에 안았다. 동메달을 딴 김현우는 눈물을 쏟아내며 "광복절에 꼭 금메달을 목에 걸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한국 레슬링 선수단은 제소를 고려하다가 남은 선수들이 판정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 이의제기하지 않기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우를 가로막은 '판정 논란'을 두고 세계레슬링연맹의 원칙 없는 대회 운영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박치호 코치는 현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현재 심판 40명 중 25명이 구소련 출신이다. 선수 시절 모두 소비에트연방 소속으로 뛰었던 이들"이라며 "완전히 러시아 판이다. 고생한 우리 선수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레슬링은 판정 문제 때문에 숱한 논란을 일으키다가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기사회생한 경험이 있다. 그런데도 이런 사태가 불거지면서 레슬링계 전체가 다시 한 번 거센 비판에 직면할 모양새다.
 
레슬링은 지난 2013년 2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개최한 집행위원회에서 올림픽 핵심 종목 제외 판정을 받았다. 올림픽마다 판정 시비가 끊이지 않고 온갖 부정부패에 휘말렸다는 소리가 나오자 IOC가 이러한 칼을 빼 든 것이다. 1896년 제1회 아테네올림픽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이었던 레슬링계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세계레슬링연맹은 회장을 축출하고 관련 인사들을 내보내는 개혁을 부랴부랴 시도했다. 세계적인 레슬링 스타들 역시 레슬링의 올림픽 정식 종목 부활 캠페인을 펼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 결과 그 해 9월에 열린 IOC 총회에서 레슬링은 겨우 올림픽 복귀에 성공했다. 경기 내적으로는 세트제가 폐지되고 패시브 제도가 개선되는 등 경기 판정을 공정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졌다. 2분 3회전이었던 경기 방식도 리우올림픽에서는 3분 2회전으로 변경됐다. 심판위원회도 독립됐으며 이를 계기로 판정의 공정성을 더하겠다고 세계레슬링연맹은 발표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올림픽에 복귀한 사실도 잊은 채 재차 속이 뻔히 보이는 판정 논란이 터지면서 레슬링을 향한 불신은 계속될 전망이다.
 
임정혁 기자 komsy@etomato.com
 
◇한국 레슬링의 '간판스타' 김현우가 15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의 카리오카 아레나2에서 열린 보조 스타세비치(크로아티아)와의 2016 리우올림픽 남자 레슬링 그레코로만형 75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6-4로 승리를 거두고 박장순 감독한테서 태극기를 전달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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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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