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훈 사회부 기자
서울시 청년활동지원사업(이하 청년수당)을 두고 모든 ‘신뢰’가 무너졌다. 그동안 시는 보건복지부와 청년수당 사업의 협의 과정을 거쳤다. 지난 5월 26일 복지부는 시 청년수당 사업에 대한 ‘부동의(사업 재설계 후 재협의 권고)’ 의견을 냈다.
시는 복지부의 ‘권고사항’을 보완해 수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후 복지부는 “공동보도자료를 내자”며 제안했고, 지난 6월14일 복지부 관계자는 유선으로 시에 수정합의안 수용 의사를 통보했다.
그러나 다음날인 15일 복지부는 돌연 수정안 검토 결과 사업시행이 어렵다며, ‘불수용’ 방침으로 태도를 뒤집었다. 이미 이때부터 시와 정부 사이 ‘신뢰’에 균열이 갔다. 결국, 시는 복지부와의 구두 합의를 근거로 지난 3일 청년 2831명에게 수당 50만원을 지급했고, 곧바로 복지부는 시에 청년수당 집행을 중단하라며 ‘직권취소’를 통보했다.
시 입장에서 청년수당 사업은 ‘신뢰’의 문제이다. 청년수당 정책은 당사자들인 청년들이 지난 2년간 고민해 시에 제안한 사업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시는 청년들을 믿고 해당 사업을 추진했다. 일각에서는 청년수당이 또 다른 ‘공짜점심’으로 도덕적 해이를 키울 거라며 우려했다. 이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청년들을 믿느냐 안 믿느냐의 차이”라고 반박했다.
청년수당 사업은 하나의 실험이었다. 서로 간의 ‘신뢰’를 바탕으로 시도해보자는 도전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 6309명이 지원서를 제출했다. 그들이 낸 지원서를 분석해 보니 졸업 후 취업 실패는 또 다른 취업 실패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시작이었다. 경제적 어려움과 장시간 아르바이트, 취업 준비 시간 부족 등이 발목을 잡고 있었다.
청년수당 사업에 지원한 청년들은 술값이나 받겠다고 지원서를 제출하진 않았을 것이다. 지원자들은 없는 시간을 쪼개가며 지원서를 작성했을 게 분명하다. 그래서일까. 지원서를 받아든 선정 심사위원들은 눈시울을 붉혔고, 그 안에서 이 시대 청년들의 무너진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청년수당 사업비는 시 1년 예산의 0.03%에 불과한 90억원이다. 청년수당 사업은 어쩌면 선심성 예산 낭비일 수도 있고, 박 시장의 대권행보를 위한 정책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정부가 청년 사업으로 매년 2조원이 가량의 예산을 쓰고도 나아지지 않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시와 청년의 새로운 실험을 한 번쯤 믿고 맡겨보는 건 어떨까. 평가는 그 이후에 해도 충분하다.
조용훈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