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우찬기자] 개인정보를 수집해 영리 목적으로 사용했더라도 이미 공개된 정보였다면 불법이 아니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인천대 백모 교수가 법률정보 제공사이트 로앤비와 NHN, SK커뮤니케이션즈 등 6개 회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7일 밝혔다.
재판부는 “해당 사건 개인정보는 이미 정보주체의 의사에 따라 국민 누구나가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에 공개된 개인정보”라면서 “내용 또한 민감한 정보가 아니고, 대체적으로 공립대학교 교수로서 공적인 존재인 원고의 직업적 정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동의가 있었다고 객관적으로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수집·이용·제공 등 처리를 할 때는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는 불필요하다”고 판시했다.
법률제공 서비스를 하는 로앤비는 사이트 안에서 국내 법과대학 교수들의 개인정보(사진·성명· 성별·출생연도·직업·직장·학력·경력 등)를 수집해 다른 콘텐츠와 결합해 제공하고 요금을 받는 사업을 했다.
자신의 정보가 동의 없이 포털 사이트 등에서 유통되고 있는 사실을 알게 된 백 교수는 2009년 각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삭제할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사이트 운영사와의 분재조정이 실패하자 2912년 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백씨의 개인정보 가운데 출생연도를 제외한 나머지는 인천대 학과 홈페이지에 이미 공개돼 있었다. 출생연도는 1992학년도 사립대학 교원명부와 1999학년도 인천대 교수요람에 쓰여 있었고, 로앤비는 이를 통해 개인정보를 수집했다.
1심은 백 교수가 개인정보 무단 수집 사실을 인식한 뒤 3년 안에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시효만료를 이유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2심은 “로앤비는 백 교수에게 5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로앤비가 다른 5개사와 달리 개인정보를 제3자에게 돈을 받고 제공한 점을 문제 삼았다.
법원 관계자는 “공개된 개인정보를 정보주체의 별도의 동의 없이 수집·제공하는 행위가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반되는지의 판단기준에 관한 대법원의 첫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DB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