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이 침체되면서 페인트 업계로까지 불똥이 튀고 있다. 선박 수주와 자동차 생산량이 급격히 줄면서 페인트 업체들의 실적도 악화일로다.
KCC는 올 상반기 1909억원의 영업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성적표를 내놨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조6952억원으로 4% 늘었다. 다만, 이는 건자재부문이 견인한 것으로 도료부문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건축·자동차·선박용이 중심인 도료부문의 매출은 7611억54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050억1300만원)에 비해 5%가량 줄어들었다. 도료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9%에서 44%로 줄었다.
이는 전방산업인 조선과 자동차업계의 불황에 따른 영향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KCC 관계자는 "건축용 도료는 지난해 건설경기가 나아지면서 실적이 개선됐지만 자동차, 선박용 도료가 부진했다"고 설명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의 선박 수주잔량은 2387만CGT(가치환산톤수)로 2003년 11월 말 2351만CGT를 기록한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10월 3241만CGT를 기록한 이후 11개월 연속 감소세다. 여기에다 자동차 생산량까지 줄면서 페인트 업계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생산된 자동차는 455만5957대로, 2011년 465만7094대보다 2.2% 감소했다. 역성장이다.
자동차 불황의 영향은 노루홀딩스의 자동차용 도료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노루홀딩스의 올 상반기 자동차용 도료부문 매출은 752억79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830억2700만원)보다 약 9% 감소했다. 홀딩스 전체에서 차지하는 매출 비중도 같은 기간 24.6%에서 22%로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통상 전방산업의 업황이 폐인트 업계의 실적으로 연결되기까지 통상 1~2년여의 시차가 발생한다. 때문에 현재 전방산업의 불황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1~2년간 페인트 업계의 고전도 불가피해 보인다.
페인트 업계는 전방산업 업황의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B2B(기업간 거래)에서 B2C(기업과 소비자간 거래)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B2C 페인트시장 규모는 300억원으로 추정되며, 이는 전체 페인트 시장의 1% 수준에 불과한 점도 장애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페인트업은 90% 이상이 기업간 거래이기 때문에 건설, 조선, 자동차 등 전방산업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며 최대한 매출의 상호보완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업이 올해 상반기 기준 역대 최저 실적을 기록하는 등 심각한 수주가뭄을 겪고 있다. 울산 동구 봉대산에서 바라본 현대중공업 야경. 사진/뉴시스
임효정 기자 emy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