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 들어 계속된 부동산 규제 강화로 시장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증가세가 경기 일부 지역까지 확산되면서 수도권마저 침체의 늪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서울 일부 재건축 단지와 수도권 주요 신도시에서는 여전히 불법전매, 다운계약 등이 횡행하면서 정부의 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25일 주택공급 조절을 핵심으로 하는 '가계부채 관리방향'을 발표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공택지 공급물량을 지난해 절반 수준으로 줄이고 분양 보증과 중도금 대출 보증 요건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당초 시장에서 우려했던 분양권 전매제한 강화나 민간 공급 물량 제한 등은 대책에서 제외됐지만 부동산 관련 규제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리적인 투자 수요 위축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월 정부가 주택담보대출 시 소득심사를 강화하고, 대출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유도하는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이어 지난달부터는 신규 분양 아파트 중도금 보증한도를 수도권·광역시 주택은 1인당 6억원, 지방은 1인당 3억원으로 제한하는 중도금 대출규제를 시행했다.
특히 분양가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대상에서 제외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분양시장의 과열양상을 막기 위한 조치였다. 여기에 이날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각종 규제가 강화되면서 전체적인 부동산 관련 규제의 강도는 더 높아졌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지난 6월에 이어 이달 말부터 다음달 초까지 분양권 불법전매, 청약통장 불법거래, 떴다방 등 불법행위에 대한 집중 점검에 나선다.
국토부와 관할 지자체가 33개조 70명에 달하는 합동 점검반을 구성해 청약과열이 예상되는 분양현장을 중심으로 점검을 실시, 불법행위가 적발된 경우에는 수사기관 고발조치, 등록취소 및 업무정지 등 관련법에 따른 벌칙 등을 엄격하게 적용할 예정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대규모 공급이 계속되면서 신규 분양 물량이 풀릴 대로 풀린 데다 지방을 중심으로 열기가 가라앉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침체를 가속화시킬 필요가 없다는 지적이다.
서울 영등포구 A공인중개사 대표는 "이번 조치는 탁상공론의 전형이다. 이미 시장이 자정작용을 통해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상황인데 찬물을 들이부어 차갑게 냉각시키고 있는 꼴"이라며 "계속해서 정부가 부동산시장을 규제한다는 시그널을 낼수록 심리적인 투자 수요 위축은 불가피하다. 한 번 위축된 투자심리를 다시 살리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투입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 들어 부동산 시장에 대한 규제가 잇따르면서 부동산 시장에서는 침체 조짐이 보이고 있는 지방에 이어 수도권까지 침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 19일 개관한 경기 화성시 동탄면 GS건설 ‘동탄레이크자이 더 테라스’ 견본주택의 내부 전경. 사진/뉴시스
건설업계도 이번 조치가 국내 부동산 시장의 장기 침체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 하는 모습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는 상대적으로 강도가 낮아 다행"이라면서도 "올 들어 정부 정책은 열기를 가라앉히기 보다는 지역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더욱 심했다. 이번 조치도 순기능 보다는 역기능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실제로 올 2월 정부가 여신심사 선진화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이후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올 1분기 기준 가계부채 총액은 1223조6706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13년 2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사상 최대치를 계속 갈아치우고 있다.
한편 일각에서는 현재의 저금리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분양시장의 열기를 잠재우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은행에서 빠져나온 뭉칫돈이 부동산 시장 외에는 갈 곳이 없다는 의미다.
한국은행 통계를 보면 올 1분기 말 기준 부동산 및 임대업 관련 대출금은 158조3000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9년과 비교하면 50% 가까이 증가했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