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보선기자] 최근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코스피는 지난달 13일 2000포인트를 넘어선 이후 2050포인트 돌파를 시도하는 구간이다. 외국인의 수급에 고공행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투자자들의 분위기는 밝지 않다.
위험자산으로 투자자금이 흘러가지 못하면서 2분기부터는 주식형펀드(ETF 제외)로 유입되는 월별 투자규모가 1조원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해진데다 저금리임에도 적극적으로 투자처를 결정하지 못한 자금이 단기금융상품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국내주식형 펀드 자금 유출 속에서도 중소규모의 펀드 또는 연금저축펀드 등 세제혜택이 기대되는 상품으로 자금유입이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되고 있지만, 모든 펀드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한달 자금 유입 상위에 오른 펀드를 보면, '이스트스프링업종일등1'이 23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사진/삼성증권
"어디에 둬야 하나"…MMF 사상 최대 규모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단기금융상품인 머니마켓펀드(MMF) 설정액은 8월 들어 사상 최대치인 130조원을 육박하고 있다. 일반적인 MMF 설정액은 60조~80조원 규모다. 100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그만큼 안전자산 선호와 단기부동화가 심화됐다는 분석이다. 앞서 글로벌 금융위기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극대화됐을 때 MMF 설정액이 120조원을 넘겼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후정
유안타증권(003470) 연구원은 "금융위기 당시에는 전세계적으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강했지만, 최근에는 국내에서 유독 MMF에 대한 쏠림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최근에는 안전자산 선호와 함께 저금리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에 머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성과 저조했던 액티브펀드 먼저 판다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주가가 오르면서 이달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1조3288억원이 순유출됐다. 7월에도 1조1779억원이 빠져나가 7월 이후 국내주식형 펀드의 순유출 규모만 해도 2조5000억원이 넘는다. 연초 이후 총 5조577억원이 빠져나간 것을 감안하면, 최근 두달간의 순유출 강도가 센 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유형별로 보면 2분기 이후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23조1000억원 중 액티브유형이 2조2000억원이었다. 중소형주 펀드와 배당주 펀드에서는 각각 3014억원, 4925억원이 빠져나갔다. 최근 성과가 좋은 삼성그룹주펀드에서도 3101억원이 순유출됐다.
김후정 연구원은 "펀드 규모를 감안해보면 스타일펀드보다는 액티브 유형에서의 환매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환매를 할 때도 최근 10년 사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낸 액티브펀드를 먼저 환매하는 경향이 있는 걸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중소규모·세제혜택 펀드로 최근 자금유입
국내주식형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되고 있지만, 모든 펀드에서 그런 것은 아니다. 최근 한 달 자금 유입 상위에 오른 펀드를 보면, '이스트스프링업종일등1'이 236억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미래에셋배당프리미엄연금저축' '유경PSG액티브밸류' '삼성우량주장기' '베어링고배당플러스' '한국밸류10년투자소득공제' '교보악사Neo가치주' '신영마라톤소득공제' '미래에셋기술성장포커스' '삼성중소형 Focus' '키움장기코어밸류' '한국투자변액보험삼성그룹주플러스' 'KB밸류포커스소득공제' '동부진주찾기고배당' '미래에셋라이프사이클2030' 등의 순이었다.
이 중 1년 수익률이 가장 좋았던 펀드는 유경PSG의 '유경PSG액티브밸류'로 18.2%를 기록했다. 또 '베어링고배당플러스'나 '신영마라톤소득공제' '동부진주찾기고배당'도 각각 13.0%, 10.2%, 10.1%로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자금유입이 두드러진 상위펀드들의 특징은 중소규모, 3년 내 출시, 세제혜택 등이 강점이라고 볼 수 있다.
자금 유입 상위 펀드 중에서 규모가 가장 큰 펀드는 '삼성중소형Focus'였다. 출시일 기준으로는 3년 이내의 상품이 많았는데, 7월에 출시된 '미래에셋기술성장포커스'도 상위에 올라 눈길을 끌었다. 또, 소득공제펀드나 연금저축펀드 등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는 상품도 많이 포함됐다.
김후정 연구원은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김보선 기자 kbs726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