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주식시장 정규 거래시간이 30분 연장된 지 한 달을 맞았다. 한국거래소는 금융당국과 업계 등과 긴밀한 협의 끝에 이달부터 기존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였던 주식시장 정규 거래시간을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로 30분 연장 운영에 돌입했다.
거래소는 이번 제도 시행의 가장 큰 효과로 거래확대를 꼽았다. 유동성이 집중되는 장 종료시간대 연장으로 3~8% 수준의 유동성 증대로 일평균 거래대금이 약 2600억~68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행 첫 달이 마무리되고 있는 현재, 시장 상황은 이런 기대와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거래시간을 연장하기 전보다 거래대금과 거래량이 오히려 감소하며 당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현재까지(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한 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7조9090억원으로 거래시간 연장 시행 직전달인 지난 7월(8조1480억원)과 비교해 3.0% 감소했고, 일평균 거래량도 7월 13억205만주에서 9억9934만주로 30.3% 줄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서도 첫 달 성적은 기대 이하 수준이다. 실제로 홍콩, 싱가포르, 인도 등은 지난 2010~2011년 55~90분 거래시간을 연장한 결과, 첫 달 거래대금이 전월 대비 평균 34% 증가했다.
초반 기대만큼의 시행 효과가 나오지 않자 거래소 측은 “이 제도를 꼭 거래량과 거래대금 자체만을 놓고 평가할 수는 없다”고 해명했다. 또 “예년에도 휴가시즌인 8월에는 거래대금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 시장 전체 일평균 거래대금은 지난해 같은 기간(8조8619억원)과 비교해도 12.0% 밑도는 수준이다.
시행 초반 결과가 더 아쉬운 것은 그간 거래소가 거래시간 연장을 지속 추진해왔다는 점에서다. 거래소는 지난 2014년초 취임 100일을 맞은 최경수 한국거래소 이사장의 강력한 추진 아래 주식시장 거래시간을 최대 1시간 연장하는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금융당국, 업계 등과의 소통 부족으로 시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한 차례 좌절을 맛본 이후 올 초 거래시간 연장은 재차 추진, 금융당국과 업계와의 업무협의, 시스템 연계 테스트 등 소통강화를 통해 2000년 이후 16년 만에 거래시간 연장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간 공을 들인 만큼 시장 환경을 꼼꼼하게 살피지 못했다. 앞서 거래시간을 1시간 연장했던 시기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을 덜 받는 온라인 위탁매매가 활성화되기 전이었다. 여기에 거래확대를 이끌기 위한 추가적인 제도가 병행되지 못한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앞서 거래시간 연장을 시행한 해외 사례에서 중장기적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은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의 증가는 시장상황과 직결된다. 의존도가 높다는 말이다. 근본적으로 기초체력이 튼튼한 기업 발굴과 신성장산업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의 상장유치 활동을 이어가는 가운데 거래확대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보다 진지하게 모색해야 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장사가 안 될수록 문을 늦게 닫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피하지 못할 수 있다.
권준상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