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국7주년특집)글로벌 CIB, 금융 블루오션 잡는다

불안한 노후 퇴직연금으로 준비하자..③ 산은,기업금융 노하우로 시장 공략
후발주자 약점 극복..안정성, IT인프라로 무장
선택과 집중..`대기업 고객을 모셔라` 특명

입력 : 2009-11-11 오전 10:00:00
[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 '거물'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국책은행'이라는 옷은 벗어던졌다. '홀로서기'가 지상과제로 떠올랐다. 이제 시장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경쟁에 뛰어들어야 한다.
 
마침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있다. 금융권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퇴직연금 시장이다. 산은의 주요 타깃 중 하나다. 산은은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 기업금융 강자..퇴직연금에서 일낸다
 
지난 2일 산은금융지주는 출범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민유성 회장은 '비전 20-20-20'을 청사진으로 제시했다. 2020년까지 세계 20위권의 글로벌 상업투자은행(CIB)으로 발돋움하겠다는 게 골자다.
 
CIB란 기업금융과 투자금융에 특화된 투자은행을 말한다. 산은은 기업금융에 기반을 둔 투자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퇴직연금 시장은 산은이 자랑하는 기업금융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다.
 
다른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산은 역시 내년에 퇴직연금 분야를 강화할 방침이다. 퇴직연금 유치전에 뛰어든지 약 3년. 민영화를 계기로 한 단계 더 도약하겠다는 게 산은의 목표다.
 
이상욱 산은 연금사업실 연금컨설팅 팀장은 "현재 금융권 전체가 퇴직연금 영업력을 강화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산은 역시 내년에는 한발 더 약진하기 위해 역량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 '규모'로 승부한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산은은 후발주자다. 퇴직연금은 지난 2005년 12월 도입됐다. 산은이 유치전에 뛰어든 건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2006년 12월. 이후 점차 적립금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2007년 6월 109억원이었던 산은의 퇴직연금 적립액은 6개월 뒤인 같은 해 12월 550억원으로 늘어났다. 1년 뒤인 2008년 12월에는 2132억원으로 4배 가량 불어났다. 올 10월말 현재 전체 적립액은 3318억원으로 은행권 6위에 올라있다.
 
산은의 지점은 44개에 불과하다.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액 1위를 달리고 있는 국민은행의 지점수는 무려 1500개에 이른다. 신한·우리은행에 비해서도 턱없이 부족하다. 고객과 접촉할 수 있는 '표면적'이 좁다. 
 
그럼에도 퇴직연금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산은 연금신탁본부 관계자는 "규모의 차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대기업 시장이 열리지는 않았지만, 그동안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사업장의 퇴직연금을 유치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 3년간 산은의 사업장별 확정급여(DB)형 적립액은 평균 6억6000만원에 이른다. 반면 시중은행의 경우 평균 1억8000만원에 불과하다. 확정기여(DC)형도 마찬가지다. 한 사업장당 평균 2억8000만원을 유치했지만 다른 은행들은 8000만원을 끌어오는 데 그치고 있다.
 
◇ 안정성, IT인프라 '강점'
 
높은 안정성과 뛰어난 정보통신(IT) 인프라도 산은의 강점으로 꼽힌다. 산은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은 지난 3년 평균 15.75%로 국내 은행 중 1위다. 후순위채권 비율은 0%다.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앞다퉈 후순위채권을 발행하며 BIS를 끌어올렸다. 상대적으로 산은의 탄탄한 재무건전성이 두드러지는 대목이다.
 
국제신용평가사들도 산은의 신용등급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세계 3대 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산은의 신용등급을 각각 A2와 A로 평가하고 있다. 피치는 A+를 부여했다.
 
퇴직연금 같은 장기투자상품의 경우 자산배분이 중요하다고 보고 업계 최초로 퇴직연금 자산운용컨설팅 전산시스템을 구축한 것도 산은의 자랑거리다. 일반적으로 이같은 독자적인 전산시스템을 갖추려면 100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산은은 "모든 것이 전산으로 네트워킹이 되기 때문에 점포수가 적은 데 따른 공간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대기업 고객을 모셔라
 
산은에도 약점은 있다. 반세기 넘게 국책은행으로 남아있었던 만큼 다른 은행들에 비해 일반 근로자에 대한 브랜드 이미지나 접근성이 낮다.
 
산은은 2011년까지는 기업가입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영업에 나설 계획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그 이후에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장점유율을 높여나갈 방침이다.
 
산은이 고객들에게 한발 더 가까이 다가서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은이 민영화된 만큼 이같은 약점의 상당 부분은 시간이 해결해주겠지만, 보다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마케팅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에는 대기업 시장이 열리고 있다. 지난 7월 GS그룹이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했고 이어 ㈜LG와 LG화학 등 LG그룹 13개업체가 지난 9월말 사업자를 결정했다.
 
조만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포스코 등 '대어'들도 퇴직연금 사업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대규모 사업장에서 퇴직연금을 유치했고, 기업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온 산은에게는 희소식이다.
 
그러나 산은은 단순히 눈 앞의 영업실적만을 좇지는 않겠다고 강조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퇴직연금을 통해 은퇴 후 삶을 보장받는 게 중요하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김원일 산은 연금사업실장은 "사람이 은퇴한 뒤에 인간다운 생활을 하려면 퇴직 직전 소득의 70%를 안정적으로 보장받아야 한다"며 "퇴직연금이 여기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뉴스토마토 박성원 기자 want@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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