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수기자] 가정용 간편식(HMR) 시장이 업계에 '미투(me too) 상품'이 범람하고 있다.
오랜기간의 연구 끝에 개발된 상품이 인기를 얻자 경쟁사가 베껴 내놓는 이 같은 행태를 두고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하지만, 전체 시장규모를 키울 수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도 뒤따르고 있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의 PB(자체브랜드) 상품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간편식 시장은 이제 식품업계가 유사한 제품을 속속 내놓으며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1~2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침체 등으로 인한 간편식 시장이 커지면서 2조원 규모로 성장함에 따라 업계는 저마다의 특색을 살린 신제품을 개발해 잇따라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업계는 서로 유사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하며 '미투 상품'이 판을 치기 시작했다. 제조사와 브랜드만 다를 뿐 메뉴와 조리법, 포장까지 유사한 제품들이 대형마트 곳곳을 채우기 시작한 것이다.
롯데마트가 지난해 말 PB상품으로 선보인 반조리 간편식 '요리하다'는 기존의 완제품으로 제공돼 가열과정만 거치면 음식을 맛볼 수 있었던 간편식에서 벗어나 간단한 재료 준비와 채소 다듬기 등 기본적인 요리과정이 필요한 제품이다. 6개월이 지난 올해 7월
CJ제일제당(097950)도 반조리 간편식 '백설 쿠킷'을 선보였다. 기본적인 재료 준비가 필요하고 간단한 요리과정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롯데마트의 '요리하다'와 유사하다.
사실 식품업계의 이 같은 미투제품 범람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간편식의 원조 급으로 통하는 CJ제일제당의 즉석밥 '햇반'은 이미 식품업계 여러 경쟁사들이 유사한 형태의 즉석밥을 잇따라 내놓았다. 이에 CJ제일제당은 햇반을 활용한 각종 덮밥, 국밥 등 다양한 간편식 메뉴를 파생시키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덮밥과 국밥 등의 메뉴 역시 여러 경쟁사들이 잇따라 미투상품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제과업계에 불었던 '허니버터칩' 열풍과 낮은 알코올도수의 과일맛 소주(리큐르)를 이끈 '순하리' 바람은 수 많은 미투 제품을 탄생시켰다. 올 초에도 바나나맛 열풍에 제과업계가 저마다 자사의 파이제품에 바나나향을 넣은 미투 제품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프리미엄 짜장·짬뽕 등 중식 라면의 인기에 '원조'가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모든 업계가 유사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에서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워 메뉴나 콘셉트가 일부 겹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며 "다만 기업들이 연구개발을 통해 브랜드마다의 차별성을 살려 고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독창성을 갖춰야 업계가 함께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미투 제품의 범람을 꼭 나쁜시선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유사한 제품이 속속 출시됨에 따라 시장 규모를 키우는 순기능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실제 롯데마트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이 '쿠킷'을 출시한 지난달 '요리하다'의 매출도 전월 대비 7.7% 성장하는 등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요리하다의 지난 6월 매출신장률은 전월 대비 2.6%였다. 경쟁제품의 등장으로 매출신장률이 한달새 5.1%포인트 상승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투 상품이 지속 출시됨에 따라 소비자 수요도 늘고 있어 결과적으론 시장 규모를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를 찾은 한 고객이 반조리 간편식 '요리하다' 신제품을 맛보고 있다. 최근 가정용 간편식을 중심으로 유통·식품업계에 '미투 제품'이 범람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마트)
이성수 기자 ohmytru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