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서 특정인에 대해 "무식이 하늘을 찌른다"는 등의 경멸적인 표현의 글을 남긴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모욕 혐의로 기소된 부동산공인중개사 정모(57)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4일 밝혔다.
앞서 정씨는 지난 2014년 8월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법학과의 한 스터디 모임 회원 10명~20여명이 수업 정보 등을 나누는 채팅방에 모임 회장인 A씨에 대해 "무식이 하늘을 찌르네, 눈 장식품이야? 무식해도 이렇게 무식한 사람은 내생에 처음 같네요, 거의 국보감인 듯"이란 내용의 글을 올려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정씨가 채팅방에 올린 글의 내용과 문맥, 그 표현의 통상적 의미와 용법 등에 비춰 보면 A씨를 비하해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한 것으로서 모욕적인 언사에 해당하고, 다른 대화자에게도 전파됐으므로 공연성도 인정된다"며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또 "A씨에게 회계 부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오히려 정씨의 사무실로 찾아오겠다는 식의 반응을 보여 다소 흥분한 상태였다 하더라도 모욕죄의 범죄사실 인식을 부정할 수 없다"며 "위와 같은 표현으로 A씨의 명예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을 표시한다는 인식·인용이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정씨는 "회계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올린 것으로 모욕의 고의가 없었고, A씨가 '지금 공인중개사사무실로 갑니다'라며 직장으로 찾아올 것 같이 글을 올리므로 두려운 나머지 행해진 것으로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써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며 항소했지만, 2심 재판부도 유죄 판단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원심에서 적법하게 채택해 조사한 증거들을 면밀히 살펴보면 정씨의 행위는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상당성은 물론 긴급성과 보충성 등의 요건도 갖추지 못했다"며 "이 사건에 나타난 모욕적 표현의 정도가 가볍지 않은 점, A씨와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살펴보면 그 양정이 부당하다고는 보이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사진/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