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승부수…리콜의 경제학

갤럭시노트7 전량 리콜, 교환비용만 2.5조…장기적으로는 신인도 제고 기능

입력 : 2016-09-04 오후 4:52:46
[뉴스토마토 남궁민관·김진양기자] 삼성전자(005930)가 스마트폰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리콜을 결정하면서 하반기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갤럭시S7에 이어 갤럭시노트7까지 이어지던 훈풍도 마감됐다. 다만, 삼성의 신속하고 과감한 조치에 대해 '삼성만이 할 수 있는 용단'이라는 평가가 잇달으면서 부정적 여파는 제한적일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리콜의 경제학'을 누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폭발 논란에 휩싸인 갤럭시노트7에 대해 지난 2일 배터리 결함을 공식 확인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호주 등 10개국에서 이미 판매된 150만대를 포함해 대리점 재고까지 총 250만대 전량을 신제품으로 교환해 주기로 전격 결정했다. 자재 수급상황 등을 고려해 최소 2주의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사진/뉴스토마토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교환 비용보다 중요한 것은 대내외 신뢰도다. 당장 이달 7일(현지시간) 라이벌인 애플이 '아이폰7'을 들고 돌아온다. LG전자(066570)의 V20 등 후발주자들의 프리미엄 모델 출시도 줄을 잇는다. 상반기 갤럭시S7 출시를 한달여 앞당겨 시장선점 효과를 누렸던 삼성은 이번에도 갤럭시노트7 출시를 앞당기는 동일 전략을 구사했지만 이는 되레 최악의 타이밍이 됐다. 갤럭시노트7에 기울었던 수요가 아이폰7 등으로 갈아탈 수 있다. 미국 IT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삼성전자의 리콜 발표가 없었다면 애플은 삼성에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을 것"이라며 "삼성은 노트7의 문제점을 고친 후에도 노트7은 폭발할 수 있는 기기라는 흠집난 인식을 지우지 못할 것이며, 이는 내주 아이폰7의 데뷔를 앞둔 애플에는 선물과 다름없다"고 평가했다.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변동성을 고려하면 이는 지나친 우려가 아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 2분기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가 22.4%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애플(11.8%), 화웨이(9.4%), 오포(6.6%), 비보(4.8%)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삼성이 애플의 안방인 북미에서도 1위에 오르는 등 전 지역을 석권한 터라 갤럭시노트7으로 굳히기를 할 수 있었던 결정적 상황이었다. 
 
노동절(5일) 연휴 등 성수기 수요를 잡지 못하게 된 점도 뼈아프다. 벤 우드 CCS 인사이트 애널리스트는 "리콜로 미국 홀리데이 시즌 매출을 포기하게 된 점이 매우 아쉬운 부분"이라며 "삼성이 이 문제를 최대한 빨리 해결해야 하는 이유"라고 논평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의 품질 관리에 구멍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삼성이 제품 출시를 서두른 끝에 배터리 결함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품질 완벽주의'의 삼성 이미지에는 금이 갔다.
 
현실적인 비용 손실도 만만치 않다. 대당 단가가 100만원인 점을 고려하면 단순 계산으로 따져도 250만대에 대한 리콜 및 교환 비용은 2조5000억원에 이른다. 판매원가 및 유통마진 등을 고려하면 실제 리콜 비용은 1조~1조5000억원 수준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마케팅 비용, 서비스센터 인건비, 피해보상 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을 감안하면 손실 규모는 천문학적으로 불어날 수 있다. 여기에다 어렵게 쌓아올린 시장 1위로서의 이미지 훼손도 고려해야 한다. 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이 리콜 비용과 관련해 "마음이 아플 정도로 큰 금액"이라고 표현할 정도다.
 
삼성전자의 이번 리콜 결정이 장기적으로 회사 가치를 높이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논란이 불거진지 열흘도 되지 않아 자발적으로 빠른 결정을 했다는 점, 100만대 중 24대가 불량일 정도로 낮은 불량률(0.0024%)에도 대규모 손실을 감안하고 배터리 교체가 아닌 전면 교환을 실시했다는 점에서 오히려 소비자들의 신뢰를 더욱 높였다는 평가다. 내부 사기 진작 효과도 뒤따랐다. 삼성 직원들은 "1등 삼성다운 결정이었다"며 "삼성이 자랑스럽다"고까지 했다.
 
통상 제조사 입장에서 대규모 리콜을 실시하게 될 경우 단기적으로 대규모 비용 소모, 기업 이미지 하락, 제품에 대한 소비자 불신 확대 등의 단점이 뒤따른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으로 보면 신속하게 결함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리콜을 추진하게 될 경우 오히려 기업 신인도를 지키는 긍정적 결과를 불러오기도 한다. 이른바 '리콜의 경제학'이다. 특히 리콜에 익숙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리콜 원인보다는 제조사의 대응 태도에 더 주목한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2010년 북미 시장에서 역대 최대 수준의 리콜을 단행한 토요타는 일부 문제만 개선하려는 당초 계획과 달리 2조원의 추가비용을 들여 전면 교체를 택했다. 막대한 재원이 소요됐음에도 후폭풍은 생각보다 거세지 않았고, 그해 글로벌 판매량 1위도 지켜냈다. 
 
브라이언 마 IDC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삼성이란 이름을 듣고 배터리 폭발을 연상하기 전에 발빠르게 대처를 했다"며 "단기적인 성장 모멘텀이 위축될 수는 있으나 부정적 여파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만 교체하는 등 소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소비자로부터 외면 받았겠지만 전량 교환이라는 초강수 선택으로 후폭풍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문제가 발생한 배터리를 채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상 출시를 한 중국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우세하다. 삼성전자는 2일 공식 웨이보 등에 "안심하고 제품을 구매해도 괜찮다"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했다.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자, 중국 사회에 기여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도 덧붙였다. 이에 중국 네티즌들은 "갤럭시노트7이 예상에 못미치는 판매를 기록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책임감 있는 기업의 모습을 확인했다"는 반응도 다수 보였다.
 
한편 회수될 갤럭시노트7 250만대의 처리 방안에 대한 관심도 높다. 문제가 된 배터리를 제외한 다른 부품들은 특별한 결함이 발견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활용 방안에 따라 삼성전자의 비용부담 역시 크게 달라진다. 대리점 재고 100만대의 경우 포장조차 뜯지 않은 새로운 제품이다. 일단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를 비롯, 카메라와 스피커 등 각종 모듈을 재활용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중고 스마트폰을 수리해 원래 가격보다 싸게 판매하는 리퍼폰(재생폰) 방식도 후보군 중 하나지만, 삼성의 이번 결단을 볼 때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의외로 전량 폐기처분에 나설 수도 있다.
 
남궁민관·김진양 기자 kunggi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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