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주는 새로 내정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문제로 정국이 어수선했다.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여·야 의원들이 고성을 지르고 삿대질을 하는 등 아수라장의 극치를 보였다. 여당의원들은 청문회장을 뛰쳐나갔고, 야당 단독으로 진행된 청문회에서는 각종 비리와 자녀특혜, 교통법규 위반 등의 의혹이 양파껍질 벗기듯이 터져나왔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 역시 이른바 ‘황제전세’와 부동산투기 등의 비리 의혹으로 점철되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검증을 통해 선발된 인사들이라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었다. ‘부적합 의견 다수’, ‘부적격’ 내용을 담은 청문회 보고서가 채택됐지만 박 대통령은 일말의 재고 없이 해외에서 전자결재로 임명을 강행했다.
이렇듯 한국의 인사청문회는 액세서리이자 장관 후보자들의 비리를 폭로하는 메아리 없는 메가폰에 불과했다. 총리와 장관 등 고위공직자 임명을 둘러싸고 무한 반복되는 인사스캔들을 우리는 속수무책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것일까.
프랑스의 경우, 전통적으로 장관 임명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 아니다. 대통령은 수상이 제안한 장관들을 지명하고, 장관 후보자들은 수상이 부서(副署)한 대통령령에 의해 임명돼 왔다. 그러나 이같은 인사관례는 올랑드 정부에서 일어난 '까위작 사건'(Cahuzac Affaire)으로 변혁을 맞았다. 까위작 예산담당 장관이 스위스와 싱가포르에 비밀계좌를 갖고 돈세탁을 해왔다는 정보를 인터넷신문 <메디아빠르트>가 폭로한 것이다. 까위작 장관은 고소를 당했고, 올랑드 대통령은 결국 그를 해임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올랑드 정부는 2013년 10월 '공적활동의 투명성에 관한 고등기관'(HATVP : Haute Autorité pour la Transparence de la Vie Publique)을 신설했다. HATVP는 독립된 행정기관으로 대통령과 상·하원의장이 각각 임명하는 1인과 최고행정재판소·파기원(최고사법재판소)·회계감사원의 위원 중 각각 2인 등 총 9인이 총괄한다.
HATVP는 장관과 고위 공무원의 임명에 있어 '프랑스식 베팅'(Vetting à la française)이라는 특별심사를 실시한다. 즉 인사검증 절차에서 관계자들의 프로필을 철저하게 검토하는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장관 임명 후 과오가 드러나는 폐단을 없애기 위해 사전 확인이 인사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2015년 1월 7일 장-루이 나달 의장은 HATVP의 기능을 보완할 20개의 제안을 올랑드 대통령에게 제출했다. 그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첫째, 행정고위책임 후보자들의 세무상황과 자산상황을 철저히 체크한다. 둘째, 국가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들의 재정상황을 확인하고 고위책임자와 일부 공무원 그리고 사법관과 행정관 후보자들의 직업윤리심사를 사전에 실시한다. 셋째, 공적 청렴성에 있어 기준수위를 넘으면 아예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형벌을 적용한다. 넷째, 대선자금에 대한 투명성을 높인다.
한국도 지금 야당을 중심으로 “정치검찰에게 더 이상 권력형 비리사건을 맡길 수 없다”며 고위공직자비리조사처(공수처)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고위공직자 비리를 전담 조사하는 부처를 신설해 도덕성·자질 검증이 제대로, 상시로 이뤄진다면 총리나 장관을 인선할 때 지금과 같은 요란한 스캔들은 사라지게 되지 않겠는가.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은 어떤 면에서 능력보다 더 중요하고 국민의 신뢰를 얻는 최우선의 요소다. 자공이 공자에게 “식량과 군대와 백성의 믿음 가운데 어쩔 수 없이 한 가지를 포기한다면 그게 무엇이냐”라고 묻자 공자는 “첫째는 군대이고 둘째는 식량이지만, 백성의 믿음만큼은 얻지 못하면 나라가 서지 못한다”(무신불립, 無信不立)고 답하기도 했다.
정부와 국민 간 신뢰와 원칙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공직 후보자들의 도덕성 검증을 철저히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간 고위 공직자들의 불법행위가 불러온 정부-국민 간 불신의 간격은 계산조차 불가능할만큼 크다. 우리도 고위 공직자에 대한 사전 인사검증을 강화하고 국회 밖에 독립적인 검증·수사기구를 마련해야 한다. 프랑스가 한 번의 고위공직자 비리 스캔들로 인사검증을 대폭 강화하고 인사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이유를 따져볼 때다.
최인숙 파리정치대학 정치학 박사
* 편집자 주 : 필자 최인숙은 파리에서 10년간 체류했고 파리정치대학(Sciences Po Paris)에서 한국, 일본, 프랑스 여론 연구로 정치학 박사를 받았다. ‘파리와 서울 사이’는 한국과 프랑스의 정치·사회현상을 비교 분석하는 연재 코너로 <뉴스토마토> 지면에는 매주 화요일자 23면에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