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중국의 창업투자 열기, 황해를 넘어올까

입력 : 2016-09-07 오전 10:49:51
중국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가 세계 최대 수준으로 커졌다. 지난해 기준 중국의 스타트업 투자규모는 82조 원으로 전년 대비 3배나 급증해 미국의 스타트업 투자 규모인 63조원을 추월했다. 반면 국내 스타트업 투자 규모는 8000억원 수준에 머물러 있어 경제규모를 고려해도 압도적인 비율로 스타트업 투자가 부실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 투자자의 국내 투자사례 소식도 들린다. 베이징대 산하 팡정그룹을 비롯한 중국 벤처캐피탈들이 국내에 한류, 게임, 화장품 외에도 기술회사와 스타트업에도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중국의 창업투자 열기가 황해를 넘어 우리나라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선 중국이 이렇게 창업에 열을 올리는 이유를 이해해야 한다. 중국정부가 창업을 권하는 요인 중 가장 큰 이유는 거시적 경제상황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매년 9% 이상 성장을 해오던 중국 경제가 7% 이하로 떨어지면서 실업자가 늘어나고 있다.  매년 중국 사회로 쏟아져 나오는 7 ~800여만명의 신규 인력의 취업난 해소가 우선 요인인 것이다. 현재 중국의 대졸 인력의 절반 수준인 3~400여만명 이상이 미취업자인데 이들을 방치할 경우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고 중국 정부가 판단한 것이다.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대와 칭화대 앞에는 이노웨이라는 거리가 있다. 이곳은 IT 창업의 중심지로서 처쿠카페(차고카페, Garage Cafe)를 비롯한 현대적인 공간에 젊고 유능한 학생들과 창업자들이 모여든다. 필자가 방문했을 때에 눈에 띄는 것은 이노웨이 입구에 거대한 전광판에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 등 창업을 통해 성공한 사람들을 마치 아이돌처럼 멋지게 보여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 거리를 지나가는 젊은이들에게 메시지, 즉 성공의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2014년 중국공상국 발표에 따르면, 대학 졸업 후 첫 직업으로 창업을 선택한 인력은 약 290만 명으로 사상 최고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공무원 시험 응시자는 140만 명으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이는 우리나라의 상황과 매우 대비된다. 
 
이런 창업 열기는 리커창 총리가 대외적으로 나서서 '대중창업, 만민혁신'이라는 슬로건을 앞세우며 정부 주도로 이루어졌다. 천인계획, 북경해외인재해취공정 등 중국정부의 우수 인재 유인정책은 적극적이었다. 중국 정부의 창업지원은 보여주기 식의 전시성 행정만이 아니었다. 인재유치 패키지 정책을 통해 보조금, 연구착수금, 베이징시 거류증, 주택자금지원, 자녀 교육지원 등을 통해 창업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 주고 있다.
 
특히 베이징 중관촌에서는 창업자들의 월세를 70~80%를 지원하고 있다. 이 지역에만 2만여 개 기업이 있으며 이들이 연 매출 430조 원을 기록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임직원 평균 나이는 33세, 46.5%가 30세 미만, 석·박사 인력이 20만 명 이상이다. 
 
이 뿐만 아니라 중국의 창업 열풍에는 중국 대학들의 역할이 매우 컸다. 중국 대학에는 샤오반기업(校辯企業, 교판기업)이라 불리는 회사가 있다. 대학은 이 회사의 지분을 갖고, 학교 구성원들이 영업활동을 하여 수익을 내며, 교수들이 비즈니스를 병행한다. 이는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고, 수십 년 전, 중국 대학의 재정이 부실하던 시절, 대학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복사, 문방구 등과 같은 교내 사업에서 자구적으로 출발했던 것이다.베이징대 팡정그룹, 칭화대 칭화통팡 등이 있으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레노버(Lenovo)도 이런 샤오반기업에서 성장한 예이다. 현재 샤오반기업의 총수는 4000개, 임직원 수는 약 40만 명 규모에 달한다. 중국 최고의 대학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창업하고, 모교와의 활발한 협력을 통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인다. 대학이 창업을 지원하는 수준을 넘어 직접적인 플레이어로 창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중국 정부가 창업을 강조하고 기업가를 양성하고 지원하는 모습은 역사의 아이러니(irony)로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시대에 세계적인 창업가(앙트레프레너, entrepreneur)들을 갖는 것이야말로 국가 경제에 우선 과제라 할 수 있다. 지척에 있는 중국의 창업가들이 창조적 파괴를 앞장서 이끌며 전통적 생활양식을 파괴하며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과 일자리를 만들어 갈 것이다. 대항해 시대 이후, 창업가들을 쫓아내는 나라는 망하고 창업가들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흥했다. 우리나라 정부와 대학은 창업지원과 교육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해야할 때이다. 
 
전성민 가천대 경영대학 글로벌경영학트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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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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