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가계부채 대책 이후 정부가 집단대출에 대한 고삐를 더 죄고 있다. 지난달 발표했던 대책 실행시기를 앞당기는 한편 신용대출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 연내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주택공급량을 조절해 가계부채를 줄인다는 정부의 당초 계획과 다르게 부동산 시장에서는 오히려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받아들이면서 분양시장 열기가 더 뜨거워지는 등 역효과가 나타난 탓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5일 금융개혁 기자간담회에서 8·25 가계 부채 대책의 후속 조치를 최대한 빨리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중도금 집단 대출 보증 건수를 기존 1인당 최대 4건에서 2건으로 제한하는 시기를 다음달 1일로 앞당겼다. 2금융권에 대한 가계부채 대책 시행 시기도 앞당기기로 했다.
토지·상가 등 비주택담보대출에 대한 담보인정비율(LTV) 기준도 예정보다 한 달 앞당겨 다음 달부터 강화된다. 이에 따라 LTV 기준은 기존 50~80%에서 40~70%로 낮아진다.
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할 경우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대출 수요가 몰려 가계부채가 오히려 더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또 고정금리와 분할상환이 핵심인 여신심사 가이드라인도 연내 적용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기관 신용 대출 심사 시 다른 대출 정보를 취합해 빚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 도입시기를 당초 내년 1월에서 연내 도입으로 앞당겼다. DSR은 기존 주택담보대출의 대출 규제였던 총부채상환비율(DTI)보다 강력한 제재 수단이다.
DTI의 경우 소득 중 원금과 이자의 비중을 따지는 데 비해 DSR은 기존 대출의 이자와 원금까지 함께 계산해 빚 갚을 능력을 종합적으로 따지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DSR이 도입되면 기존 중도금 대출이나 마이너스통장 대출 등 다른 대출이 있는 경우 신규 대출이 어려워져 부동산 투자 심리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투기 세력은 억제하고 실수요자 위주로 부동산 시장이 재편될 것이란 예상이 나오는 이유다.
김은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기존 대출 정도를 감안해 대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대출자들의 주택구입에 대한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실수요자들 보다는 조금 무리해서 투자를 하려는 투자자들의 위축 정도가 더 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DSR의 연내 도입이 어려울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은행 및 보험권의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에 대한 전산 정보 시스템 구축까지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DSR이 적용되려면 신용정보원이 보유하고 있는 대출자의 기존 대출 잔액과 금리, 대출기간 등의 자료가 필요한데 연내 전산 작업을 마무리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DSR에 대한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대한 여파를 전망하기에는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의 일환으로 신용 대출 심사 시 다른 대출 정보를 취합해 빚 상환 능력을 따지는 총체적 상환능력 심사시스템(DSR)을 연내 도입하기로 했다. 사진은 서울 한 은행 지점의 대출창구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