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희석기자]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개XX' 욕설을 한 이후 필리핀 증시가 급락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7일(현지시간)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필리핀 PSEi 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1.3% 내린 7619.10으로 장을 마쳤다. 15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지난 7월 21일에 비해서는 6% 가량 급락한 수준이다.
필리핀 증시의 추락은 외국계 자금의 대거 이탈 때문이다. 이날 하루 필리핀 증시에서 빠져나간 외국계 펀드 자금은 5800만달러로 하루 이탈 규모로는 올해 최대였다.
필리핀 증시의 주가수익배율(PER)도 지난 7월 19.6에서 18.3으로 낮아졌다.
리잘상업은행의 라파엘 팔마 길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을 욕한 결과로 아세안 회의에서 회담이 취소된 것이 해외 투자자들의 투자 심리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그는 또 "두테르테의 행동이 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필리핀 증시에 대한 해외 투자자들의 선호를 앗아갔다"고 덧붙였다.
필리핀 최대 은행인 BDO유니뱅크의 조나단 라벨라스 선임연구원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려로 약해진 필리핀 경제를 두테르테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들이 더 망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필리핀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 1분기 6.8% 성장에 이어 2분기 7% 증가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아세안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가운데). 사진/AP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페르펙토 야사이 필리핀 외무장관은 오바마 대통령과 두테르테 대통령이 라오스에서 열리고 있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 회의에서 짧은 비공식 만남을 가졌다고 전했다.
야사이 장관은 "두 정상이 회담 만찬을 위한 대기실에서 짧게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는 두 나라의 관계가 강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유희석 기자 heesu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