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삼양식품·동서식품 아성 '흔들'

식품업계, 전통 명가들 잇단 위기

입력 : 2016-09-08 오전 10:27:14
[뉴스토마토 이광표기자] 식품업계 전통 명가들이 위기다. 수십년간 한 분야에서 구축한 1위 아성이 깨지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우유명가'로 불리던 서울우유는 최근 79년간 지켜온 우유업계 매출 1위 자리를 매일유업(005990)에 내주는 쓴맛을 봤다. 
 
올 상반기 서울우유 매출은 793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338억원보다 4.3% 감소했다. 반면에 매일유업은 연결재무제표 기준 상반기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7.8% 증가한 8003억원을 기록했다. 
 
'라면명가'로 불리던 삼양식품(003230)은 197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 라면시장 점유율이 90%에 달할 만큼 황금기를 보냈지만, 올 1분기 기준 라면 시장점유율이 10.3%까지 떨어지며 두자리 점유율마저 붕괴될 위기에 놓였다.
 
한때 '커피재벌'로 불리던 동서식품 역시 세계 최초의 커피믹스와 인스턴트 커피로 고속성장하며  1980년대 '맥심'을 앞세워 커피 시장 80% 이상까지 점유했지만 최근 커피 트렌드의 다양화 커피전문점 호황 등의 여파로 최대 위기에 직면해 있다. 
 
커피사업에 기댄 매출구조 속에 2011년 이후 매출은 1조5000억원대에 줄곧 머물러 있고 영업이익도 3년째 내리막길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이들 기업의 공통점이 '사업다각화'에 실패했다는 점이다. 
 
서울우유는 민간기업과 달리, 조합원인 낙농가들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협동조합 체제여서 사업 다각화가 쉽지 않다. 해외사업도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다. 최근에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학교 급식시장마저 최저가 입찰경쟁방식으로 바뀌면서 경쟁이 치열해진 것도 매출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 
 
삼양식품도 창업주인 전중윤 명예회장이 타계하면서 2010년부터 경영권을 물려받은 전인장 회장은 본업인 라면보다는 외식업 등 다른 사업에 관심을 기울였으나 성과가 신통치 않았다.
 
취임 후 면요리 전문점 '호면당'을 선보이며 레스토랑 사업에 뛰어들었던 삼양식품은 2014년에는 '크라제버거' 인수와 '라멘 에스'(LAMEN:S)도 오픈했다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정작 회사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라면 시장에서는 경쟁사에 밀리는 쓴맛을 봤다.
 
동서식품도 커피믹스 시장에서 80%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 시장 자체가 축소되면 직격탄이 되고 있다. 동서식품은 오래전부터 매출구조 다변화를 꾀하고 종합식품회사로 도약하기 위해 유가공 사업과 외식사업 등에 진출한 바 있지만 잇따라 고배를 마신 경험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어느 업종이든 영원한 강자는 없는 무한 경쟁시대가 되고 있어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기업들이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며 "변화하는 트렌드를 잘 읽고 꾸준히 새로운 수익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이 기업들의 숙명이자 생존방식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광표 기자 pyoyo8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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