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보라기자]
안국약품(001540)이 신규 의약품 제조법인인 '안국뉴팜'을 설립했다. 업계에선 복제약 사업 강화를 위한 행보로 분석하고 있다. 안국뉴팜의 허가 의약품이 모두 복제약인 데다 모회사인 안국약품의 복제약 라인과 대부분 중복되기 때문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안국약품은 100% 출자를 통해 지난 6월8일 안국뉴팜을 설립했다. 설립기준일 자산총액은 1억원이다. 사업목적은 '의약품 제조 및 생산'이다. 사측은 "(바이오의약품 등) 신규사업 진출이 목적이 아니라 기존 안국약품 사업목적과 같다"고 밝혔다.
안국약품은 경기도 김포시 소재의 제약 공장을 인수해 안국뉴팜을 설립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이사는 정철호 안국약품 영업부 이사가 선임됐다. 현재 직원 채용할 계획이고, 안국약품 직원 일부도 소속이 넘어갈 것으로 전해진다.
안국뉴팜은 7월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제조사 등록을 마치고 현재까지 약 41개 복제약에 대한 제조허가를 받았다. 이 중 80% 이상이 안국약품의 복제약과 동일한 제품이다. 다만 안국약품의 간판제품인 기침가래약 '시네츄라(처방액 280억원)', 고혈압약 '레보텐션(160억원)' 등은 허가품목에 아직 포함되지 않았다. 향후 의약품 허가 수를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복제약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안국뉴팜을 설립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약사법에 따르면 동일 성분 의약품은 1개소가 1개 제품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안국약품과 안국뉴팜은 제조사가 다르기 때문에 각각 동일성분 의약품 1개씩 허가가 가능하다. 한 회사가 의약품을 개발하되 동일한 의약품 2개를 동시에 판매할 수 있는 셈이다.
복제약에 대비해 오리지널약의 시장 방어에 계열사를 이용할 수도 있다. 오리지널약의 특허만료 직전에 안국뉴팜을 통해 오리지널약과 동일한 쌍둥이 복제약을 발매하는 방식이다. 복제약이 대거 출시되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특허만료된 안국약품 오리지널약의 매출 분산 효과를 줄이고, 안국뉴팜의 매출을 올리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대웅제약(069620)의 계열사 대웅바이오,
보령제약(003850)의 계열사 보령바이오파마가 대표적인 경우다. 대웅바이오와 보령바이오파마의 허가 의약품은 대웅제약, 보령제약의 제품과 일부분 중복된다. 두 회사 모두 자사 간판 품목을 계열사로 넘기기도 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항궤양제 '알비스(460억원)'의 쌍둥이약을 대웅바이오를 통해 발매했다. 보령제약은 보험약가 문제로 보령바이오파마로 혈전 예방약 '아스트릭스(190억원)'의 허가권을 넘겼다.
업계 관계자는 "안국뉴팜이 설립됐지만 아직까진 회사 운영이 본격화되지 않아서 내부 직원들도 어떤 사업을 진행할지 상당히 궁금해하는 상황"이라며 "모회사인 안국약품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국약품 IR 관계자는 "새로운 계열회사를 설립한 것이 맞다"면서 "설립된 지 얼마되지 않아 현재 직원을 채용하는 등 워킹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