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총수, 국감 시련의 계절

여소야대·대선·김영란법 '3중고'…소환요청 빗발, 현실화는 미지수

입력 : 2016-09-08 오후 5:36:34
 
[뉴스토마토 이재영기자]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소야대로 지형이 재편된 데다, 대선 전초전의 성격이 더해지면서 재벌개혁을 핵심으로 하는 경제민주화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국회로부터 소환 요청이 빗발치는 재벌 총수들로서는 시련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특히 김영란법으로 대관팀의 발이 묶이면서 대응력도 약화됐다.  
 
국회는 오는 26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기관증인 채택이 8일 현재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확정됐다. 일반인의 경우 여야 이견으로 지연되고 있다. 채택된 증인에겐 출석 1주일 전에 알려야 해, 늦어도 추석이 낀 다음주 협의가 끝나야 한다. 일반인 증인은 17대 국회 국감 51명에서 19대 124명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는 역대 최대 규모가 예상된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해마다 벌어지는 일이지만 올해는 강도가 더 심한 것 같다”며 “특별한 이슈가 없어도 총수 이름을 명단에 올릴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규제 입법으로도 대관팀이 요즘 정신 없이 바빠 인원을 늘려도 해결이 안 된다”고 덧붙였다.
 
해마다 단골처럼 거론되는 대기업 총수들 이름이 올해도 어김 없이 오르내리고 있다. 정무위에선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를 추궁하기 위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증인 채택을 협의 중이다. 한진해운을 위기에 빠뜨린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은 농해수위에서 증인으로 채택됐다. 사태의 파장이 커 조 회장도 채택될 가능성이 높다. 국토위에서도 항공기 안전 문제로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함께 조양호 회장의 증인 채택을 추진 중이다. 농해수위에서는 새만금 투자 철회와 관련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증인으로 추진했지만 무산됐다. 같은 문제로 국토위에서도 이름이 오르내린다. 국방위는 황창규 KT 회장의 증인 채택을 확정했다. 국방 광대역 통합망 사업의 입찰 비리에 대해 따져 묻는다. 산업통상위에선 대형마트와 중소 상공인 상생 문제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거론된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도 정무위에서 내수 차량과 수출 차량의 품질 차이와 관련해 증인 채택을 고려하고 있다. 환노위는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와 한찬건 포스코건설 대표, 신현우 전 옥시레킷벤키저 대표 등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정 대표에겐 최근 구조조정에 따른 근로자 해고 규모 등을 물어볼 예정이다. 한 대표와 신 전 대표는 각각 남양주 지하철 공사장 폭발사고와 가습기살균제 피해사건에 대해 추궁을 받는다.
 
재벌 총수가 증인으로 채택돼도 실제 출석하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 건강상의 문제나 외국 출장 등을 핑계로 빠졌다. 대상에서 빼내려는 해당 기업들의 로비와 재벌에 대한 여야의 눈치도 한몫했다. 한 상임위 관계자는 “의원들이 기업인 증인 요청을 했다가도 다시 취소하는 일이 빈번하다”며 “최종 협의가 끝날 때까지 누가 채택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총수 이름이 명단에 오른 것만으로도 기업 이미지는 타격을 입는다. 현행법상 정당한 이유 없이 출석에 불응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것도 부담이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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