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제1차 조선 해운산업 구조조정 청문회'는 딱 예상대로 흘러갔다. 국회의원들은 여야 할 것 없이 정부의 무능함을 지적하기 바빴고, 정부는 책임을 회피하기에 급급했다. 이날 공격수로 나선 의원들은 우선 핵심 증인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나오지 않은 것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했다. 이 둘 없이는 조선해
운 사태의 책임 소재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서별관회의 자료와 회계조작 관련 자료, 감사원의 조사 자료가 제출되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재료가 없는데 무슨 음식을 만들라며 푸념하는 요리사처럼, 핵심 증인과 자료 없이 청문회를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맹탕' 청문회를 넘어 '허탕' 청문회가 될 것이라며 우려 섞인 지적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홍기택 전 회장과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의 부재는 충분히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였다는 말이다. 의원들은 핵심 증인이 참석하지 않은 악조건을 감안하고 이번 청문회를 준비했어야 했다. 나가면 샌드백처럼 두들겨 맞을 것이 뻔한 자리에 나오려고 하는 사람은 없다. 공권력이 투입되지 않고서는 이 둘을 조용히 모셔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청문회 직전까지의 중론이었다. 자료 제출 건도 마찬가지다. 임종룡 금융위원장과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자료 제출이 어렵다고 수차례 밝혔다. 이날도 금융·경제 수장은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물론 청문회에 참석한 일부 의원들의 말처럼 책임소재와 원인을 규명하려면 핵심 증인과 자료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조선해운 사업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나아가 대안책까지 제시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럼에도 주어진 상황 안에서 조선해운 산업의 미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있어야 했는데 소모적인 논쟁만 난무했다는 점이다. 의원들은 정부의 무능함과 무책임을 탓하느라 누구 하나 미래지향적인 의견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않았다. 현 상황에 대한 지적과 문제제기는 의원이 아니라도 누구나 할 수 있다.
정부의 태도도 문제가 있다. 정부는 순발력 좋게 의원들의 공격을 요리조리 피해갔다. 여야 할 것 없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지적하는 데도, 정부는 이제껏 기업 구조조정에 최선을 다했으며, 지금의 사태에 이를만한 큰 과오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이해훈 새누리당 의원의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의혹에 대해 "저와 생각이 다르신 거다. 우리는 (분식회계와 관련해) 대응을 미룬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정부가 벌인 구조조정이 사실은 재정지원이었다는 지적에 "우리는 구조조정 위한 한시적인 지원을 했다"고 응수했다. 정부가 분식회계 실사를 제때 이행했고, 구조조정도 원칙대로 단행했다는 것이다. 국민 정서로 보나, 조선해운 산업이 직면한 처참한 현실로 비춰본다면 현실성과 책임성이 결여된 발언이다. 내일 열리는 2차 청문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작정 공격하는 의원들과 책임지지 않으려는 정부의 청문회 쇼 2부 말이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