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오는 10월부터 제2금융권 비주택담보대출 규제와 집단대출 소득심사가 강화돼 저신용·저소득층이 돈빌리기 어려워진다. 최근 가계부채 증가의 진원지로 손꼽히는 상호금융업권의 담보평가도 강도 높게 진행될 예정이라, 전반적으로 대출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넘어가는 풍선효과를 잡기 위한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이 오히려 대부업권으로 대출 수요를 몰아주는 부작용이 발생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제 3차 상호금융정책협의회'가 열리는 10월 중에 상호금융업권과 저축은행권 등 2금융권을 중심으로 대출과 관련한 각종 규제를 도입할 예정이다. 11월로 예정됐던 2금융권 대출 규제 방안을 한 달 빠른 10월로 앞당긴 탓이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의 비주택 담보인정비율(LTV)은 현재 50~80%에서 40~70%로 10%포인트 정도 낮아진다. 은행들이 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해줄 때 적용하는 담보가치 대비 최대 대출가능 한도로, 이 수치를 낮추면 빌릴 수 있는 돈의 규모가 줄어든다.
◇지난8월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방향 브리핑에서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또 지금은 담보물 특성과 신용 리스크에 따라 LTV를 최대 10%포인트 가산해서 정할 수 있지만 앞으론 가산폭이 5%포인트로 축소된다. LTV가 최대 15%포인트까지 축소되는 셈이다.
아울러 담보평가의 적정성과 객관성을 제고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상호금융 회사가 자체적으로 실시했던 담보평가업무에 외부 전문가를 투입하는 것이 골자다. 이전보다 담보평가 절차가 깐깐해지는 셈이다.
9월로 예정됐던 상호금융정책협의회는 국정감사 일정(9월26일~10월15일) 뒤로 연기됐다. 상호금융 관계기관간 정책공조 강화를 위해 매 분기마다 기재부, 행자부, 농림부, 해수부, 산림청, 금감원 및 각 상호금융 중앙회 관계자 등이 모이는 협의회다.
이번 협의회에서는 가계부채 대책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추가 대책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차 협의회에서는 비주택담보대출이 급증한 조합에 대해 각 중앙회가 LTV를 준수하는지, 담보평가는 적정한지 등 이행상황을 집중 점검키로 했다.
주택담보대출 비거치식 분할상환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 저조한 조합을 대상으로 우수사례를 전파하고 제도의 취지와 유인책을 적극적으로 안내하는 방안도 수립됐다.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은 또 저축은행 대출 모니터링을 지속하는 한편,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저축은행 대형사를 중심으로 개인대출이 느는 추세"라며 "1금융권 규제를 따라 가돼 업권 특성에 맞게 적용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정부가 2금융권 대출을 옥죄는 이유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세의 주 원인이 2금융권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1금융권에 '여신심가 가이드라인'이 도입된 이후 2금융권 대출 수요가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다.
실제로 저축은행, 새마을금고,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가계대출 규모는 올 2분기 기준으로 266조6000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보다 10조4000억원 급증했다. 반기 기준으로 10조원 이상 증가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문제는 미국 금리인상 여파로 국내 대출금리가 올라가기 시작하면 2금융권에서 돈을 빌렸던 서민들의 빚 부담일 커져, 가계부채의 질이 급격하게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2금융권 대출 규제 정책으로 상호금융권 대출심사가 강화되면 영세상공인, 개인사업자들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 대출 규제가 강화돼 대출 받기 어려워진 서민층이 2금융권으로 이동한 측면이 있다"며 "규제 수위를 잘못 조정하면 대부업 고금리에 몰리는 이들이 늘어나고, 가계부채의 질도 악화될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