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기자] ‘은퇴 후 행복하고 여유있는 삶’이라는 슬로건 아래 저축과 연금만으로 안정적인 삶을 준비하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평균 수명 '100세시대'로 일컬어지는 고령화 사회 도래에 맞춰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시니어 산업이 신성장 동력으로 급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랜 경험과 사회생활로 풍부한 경제력과 구매력을 갖춘 고령층은 더이상 은퇴후 휴식을 도모하는 세대가 아닌 다양한 산업분야의 중심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오는 2026년이면 국내 인구 20% 이상이 65세를 넘는 초고령 사회 진입이 예상된다. 지난해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국내의 고령화 모델은 대표적 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뒤를 따르고 있다. 지난해 전국 고령인구 비율은 13.2%로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전체인구 가운데 고령인구 비율이 14~20%수준일 경우 고령사회에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의 경우 베이비붐 세대로 일컬어지는 1946~1965년생 인구가 은퇴시기에 접어들면서 고령사회 진입이 더욱 가속화 되고 있는 상태다. 여기에 2030년 한국과 중국, 일본 아시아 3개 국가에서 4억명에 달하는 고령층을 주축으로 하는 거대 소비층이 형성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해당 계층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산업은 물론, 이들이 주도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확산 역시 가속화될 전망이다. 고령층이 주축을 이루는 산업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이들을 주요 소비층으로 삼는 실버산업이다. 실버산업이란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과 서비스를 제조판매하거나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산업으로 '노년층'이라는 용어의 거부감을 해소하기 위해 노년의 백발을 비유해 실버산업이라 부르고 있다.
주요 산업 유형으로는 홈케어서비스 사업을 비롯해 ▲중간보호시설 ▲유료 양로·요양시설 ▲노인전용 의료서비스 ▲케어하우징(Care housing) 사업 ▲노인대상 관광·취미·오락 ▲전용 식품·의복·생활용품 제조 및 판매 사업 등이 있다.
이밖에 노년층이 소유한 주택 등 부동산을 담보로 생계비와 의료비를 지급해주는 금융업과 전용 재활센터 등 그 종류도 나날이 다양해지고 있다. 최근 고령인구의 급증과 공사 연금제도의 확충으로 인한 고령자 경제력의 증가, 고령자 간호 등 유료서비스 이용인구 증가, 공적 기관의 고령자 서비스 위탁 등으로 그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건강 비즈니스 관심 높아져
급증하는 수요와 공급을 적극 권장하기 위해 정부 역시 지원책에 무게를 더하고있다. 보조금 지급은 물론,사업자금의 저리융자, 시설부지 확보에 대한 정책적 지원, 세제 혜택, 시설운명시 법적 규제 완화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에 각 산업 분야는 적극적으로 노년층 대상 사업모델들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실버산업에서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역시 '건강'과 관련된 분야다. 건강관리가 최대 화두인 고령층을 겨냥한 건강식품과 각종 의료 서비스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규모는 2조3291억원으로 전년 2조52억원에 비해16.2%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 제조업체 수 역시 같은 기간 460개에서 487개로 6% 증가한 상태다.
전체 건강식품 가운데 가장 높은 38.1%의 비주을 차지하는 홍삼제품을 필두로, 개별인정형, 비타민·무기질,프로바이오틱스, 밀크씨스추출물 등 그 종류도 다양하다. 이에 따라 건강기능식품 생산 역시 1조3682억원을 기록했던 지난 2011년부터 연평균 7.4%의 성장률을 지속하며 지난해 1억823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가짜 백수오 사건에 시장에 한차례 대형 파문이 일었음에도 불구하고 늘어나는 일상 속 건강관리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전문 의료서비스 대비 적은 비용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소득 증가에 따른 건강 중시형 소비 증가로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앞으로도 건강기능 식품 산업 발전을 위해 기능성 평가 체계 개선과 기능성 원료 개발 기술지원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실버 산업박람회 우후죽순
전문 간호 또는 요양인력이 직접 집으로 방문해 노년층을 살피는 홈페어 산업 역시 최근 각광받는 분야다.최근 요양시설에서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노인학대문제로 시설에 대한 반감을 가진 이들이 본인의 집에서 전문인력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다.
특히 지난 2010년 2조5000억원 규모를 보이던 국내 노인 요양 서비스 시장이 지난해 6조2000억원으로 급성장한데 이어 오는 2020년 12조5000억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시장전망과 높아지는 수요에 해외 요양 기업들 역시 국내 진출에 나서며 시장에 불이 붙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까지 662만명에 달하는 65세 이상 노인에 비해 전국 요양시설 입소 정원이 16만명에 불과하다는 점 역시 홈케어 서비스 산업의 전망을 밝히는 요소다.
식품과 의료 서비스 뿐만 아니라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기기 위해 활동적인 여가활동을 즐기는 이들을 위한 사업모델들도 뜨고 있다. 여가산업은 지난 2010년 10조1370억원 규모에서 오는 2020년까지 연평균 13.7% 성장할 것으로 추산됐다. 관광분야의 경우 이미 ‘효도관광’ 등으로 알려진 바대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노인소비자를 겨냥한 교육·교양 프로그램이 다양화 되고 있는 추세다.
이밖에 오는 2020년까지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2.9%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는 노년층 대상 금융산업과 역시 10.9%로 두자릿수 성장이 예상되는 주거산업 역시 산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분야다.
이처럼 다양해지는 산업 모델들과 함께 관련 박람회 역시 나날이 규모가 커지고 있다. 오는 11월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시니어리빙&복지 박람회인 '선덱스(SENDEX) 2016'이 개최된다. 지난 2005년 국내 최초의 고령친화산업 전시회로 시작된 선덱스는 이듬해부터 8년 연속 산업통상자언부 국제인증마크를 획득하고, 지난해가지 참관객 25만명, 130개국, 3700여명의 해외바이어가 참석할 만큼 덩치를 키웠다.
올해는 가정의료기기를 비롯해 운동기기, 건강식품, 건강보조제 등의 실버제품과 함께 금융, 재무설계, 맞춤형 노후 설계 등의 금융상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니어리빙박람회'와 북지용구, 건강관리기구, 재활의료기기, ICT 보조공학기기 등이 선보이는 '복지&헬스케어박람회', 노년층 일자리정보와 일자리 교육 프로그램 등이 제공되는 '중장년&시니어 일자리박람회' 등으로 구성된다.
고령자 경제활동 급증 추세
이처럼 주요 소비 중심축으로 자리잡은 노년층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닌 재취업과 창업을 통해 또 하나의 생산 주체 역할을 수행하기도 한다. 지난 12일 삼성생명 은퇴연구소가 발표한 '한국인의 은퇴준비 2016' 조사자료에 따르면 국내은퇴 가구의 생활비는 월 평균 190만원 수준이다.
이는 월 평균 생활비가 50대 225만원, 60대 179만원, 70대 145만원 것에 비해 다소 부족한 수치다. 이를 방증하듯 은퇴가구의 35% 가량이 노후생활에 부족한 보유자금을 가지고 있으며, 10가구 중 2가구는 평균6500만원의 부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퇴 후 자신의 경제적 상황에 만족하는 가구는 전체의 3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결혼 후 자녀를 낳고 자녀교육비에 막대한 생활비를 지출하다보니 은퇴 후 일정한 소득 없이 길어지는 수명에 적합한 경제수준을 갖추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전국 사업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전국 사업체 381만7000개 가운데 신설된 곳은 14만390곳이다. 이 가운데 60대 이상이 대표인 곳은 절반 이상인 53%를 차지하며 노년 창업의 열기를 가늠케 했다. 지난해는 그 수치가 더욱 확대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고령근로자 역시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대졸 이상의 고령 노동자는 급증하하고 있다. 지난 2000년 약 59%였던 퇴직연령(55~64세)의 경제활동참여율은 지난 2014년 66.2%까지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60세 이상 근로자 중 대졸 이상은 지난 2009년 5만여명에서 2014년 10만여명으로 두배 가까이 증가했다.
기업의 근무방식도 고령 노동자를 고려한 방식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서비스업은 유연시간근무제를 도입하고, 제조업은 밤샘 근무를 하는 2조2교대 생산방식에서 자정 이후에는 근무하지 않는 주간 연속 2교대제로 전환하는 식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식품과 의약품을 가장 필요로 하는 1인 가구 고령자가 증가하는 동시에 이들의 경제활동 역시 필요에 따라 늘어남에 따라 고령층의 소비와 생산 패턴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국내 노년층이 건강식품과 의료서비스, 여가활동의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며 실버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사진/뉴스1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