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현정기자]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몰리며 계속해 몸집을 키우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지난 5거래일 동안 9조원이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현금수요가 커진 기업의 자금 회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3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던 MMF 잔고는 다시 114조원대로 쪼그라들었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기준 MMF 설정액은 114조1989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갈아치웠던 지난달 18일(131조9050억원)보다 17조7061억원이 감소했다.
시장은 통상 연휴를 앞두면 자금 수요가 많아지면서 MMF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했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월초임에도 불구하고 명절 자금과 기관 자금 수요가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실제 추석을 한 주 앞둔 지난 5일 이후 5거래일 동안 MMF에서는 총 9조283억원의 자금이 빠졌고 지난해 또한 추석을 앞두고 8거래일 연속 자금 감소를 기록했다.
MMF에서 빠져나간 17조원대 자금이 증시나 펀드로 흘러들어가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순매도 우위를 보이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고 최근 국내주식형펀드에서는 31일 연속 자금 순유출을 기록하며 환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MMF 잔고가 다시 최고치 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 시장금리가 더 오를 경우 안전자산의 대표격인 MMF는 '자금 블랙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시장금리가 최근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미국 금리인상을 전제한 글로벌 금리 추세 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어 안전자산 수요현상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내 경기의 후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안전자산 선호심리를 키울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삼성전자(005930) 실적 부진이 예상되고 기업 구조조정도 가시화하고 있는데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내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주식시장 전반의 투자심리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한편 2014년 말 82조3678억원이던 MMF 설정액은 기준금리가 연 1.25%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할 만큼 초저금리가 심화하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유입되면서 지난 8월18일 131조원대까지 치솟았다. 시중은행의 1년 만기 정기 예금의 평균 금리 또한 1%대로 떨어진 만큼 하루만 넣어도 은행 예금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데다 수시로 돈을 넣고 뺄 수 있는 장점이 있는 MMF로 시중 자금이 몰린 것이다.
갈 곳 잃은 부동자금이 몰리며 계속해 몸집을 키우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지난 5거래일 동안 9조원 넘는 뭉칫돈이 빠져나갔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현금수요가 커진 기업의 자금 회수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차현정 기자 ckc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