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소득수준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주택구입 시기는 더욱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택가격 상승률이 가파른 서울의 경우 25년 전에 비해 두 배가 넘는 기간 동안 돈을 모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9일 한국감정원과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지역별 주택가격과 가구소득을 비교한 결과, 서울에서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16.1년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16개 광역자치단체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가구소득 중 세금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모두를 주택 구매에 사용한다고 가정했을 때다.
서울에 이어 부산, 대구, 경기, 인천이 각각 8.9년, 8.9년, 8.5년, 8.1년으로 8년 이상 돈을 모아야 주택구입이 가능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장 낮은 곳은 강원도로 4.6년치 가처분소득을 모아야 한다.
서울의 경우 26년 전인 1990년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길어졌다. 당시 주택은행(현 국민은행)이 발표한 '주택금융수요 실태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내집마련 평균 기간은 8년이었다. 중소도시 9.1년, 서울을 제외한 대도시 10.2년에 비해 서울이 가장 짧았다. 서울의 임금수준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높다보니 주택구입 가격이 비싸도 구입 시기가 가장 빨랐던 것이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중 가구소득이 가장 높은 곳은 울산으로 연 5100만원이다. 서울은 4100만원, 광주 3900만원 등 전국평균 3860만원이다. 가장 적은 곳은 전남으로 연 2995만원이다.
20여년 전에 비해 서울의 소득수준은 하락한 반면 아파트 가격은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이다.
지난달 기준 전국의 아파트 중간가격은 2억6000만원이며 서울이 5억2000만원으로 가장 높다. 경기 2억8000만원, 대구 2억5000만원, 부산 2억3000만원 순이며, 가장 낮은 곳은 전남으로 1억원이다. 1990년 당시 서울의 평균 주택마련 자금은 5079만원으로 현재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동산감시팀 부장은 "주택가격이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서 매년 수십만채의 주택이 공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가보유율은 큰 변화가 없다"며 "주택을 구입할 수 없어 전월세로 거주하고 있는 서민들을 위해 전월세인상률상한제와 세입자의 거주기간 보장을 위한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서울 영등포구 63스퀘어에서 바라본 아파트의 모습. 사진/뉴시스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