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한나기자] 정부가 올해 예산안 통과가 만만치 않을 것임을 인지한 듯 지난해 하지 않던, 예정에 없던 내년도 예산안 심의 착수를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갑자기 열었다.
17일 기획재정부, 지식경제부, 국토해양부, 보건복지가족부, 노동부 등 5개 부처는 합동으로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내년도 예산안 심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며 내달 2일까지는 예산안이 통과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윤증현 장관은 "어려운 서민들이 추운 겨울을 더 따뜻하게 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예산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했고 이어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도 "국민의 민복을 생각해서 예산안을 법정기일 내에 맞춰서 처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표면으로는 '서민'을 내세웠지만 속내는 달라 보인다.
정부가 예정에도 없던 5개 부처 합동 브리핑에 나선 것은 4대강과 세종시 문제가 내년도 예산안 통과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날 국회 국토해양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예산심의 '보이콧'을 선언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더욱이 이날 열린 국무회의에서 예산안 심의가 예상보다 심한 난항을 겪을 것이란 의견견이 나오자 정부 차원에서 행동에 나설 필요성을 느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발표문에서 "4대강 살리기 사업과 관련된 두 가지 사안에 대해 분명히 말씀드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4대강 사업으로 타 분야 예산이 줄지 않았고 필요 자료는 국회에 모두 제출했다"고 해명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도 이와 관련 "지금 손에 든 것이 4대강 마스터플랜 자료인데 4대강에 대해 기본적인 자세한 사항들이 전부 포함됐다"며 "나머지 예산과 관련된 자료들은 거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 준하는 자료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구체적으로 각 공구별 사업들을 깨알같이 적어 전부 예산안에 제출했다"며 "필요한 자료는 얼마든지 예산심의 과정에서 추가로 제출해드릴 수 있기 때문에 자료문제 때문에 예산심의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예산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도 예산안 통과가 생각보다 심한 진통을 겪자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기자회견 후 이용걸 재정부 제2차관은 예산안 심의 거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대해 "'보이콧'이라는 얘기는 쓰지도 말아달라"며 "법정 기한까지 통과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재정부 예산실 고위 관계자는 "사실 (합동 기자회견) 할 때가 되지 않았냐"면서 "지난해에는 안했지만 이번에는 현재 심의조차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조속히 처리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게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