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파일럿을 꿈꾸던 청년은 군수용 무인항공기 분야에 뛰어들었다. 내로라하는 선진국 기업들이 군림하고 있던 터라 시작부터 녹록치 않았다. 국내에서는 아직 무인항공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기 전이었다. 좋아하는 분야에 올인한다는 뚝심만이 경쟁력이었다. 동료들과 서로 의지하며 인고의 세월을 보낸 결과, 마침내 조종석에 직접 앉지 않고도 비행기를 운전하는 꿈을 실현하게 됐다. 수십년 간 외길을 걸어 마침내 달콤한 꿈의 열매를 맛보고 있는 송재근 유콘시스템 대표의 이야기다.
그동안 무인항공기 산업은 군수용 시장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만큼 일상생활과는 다소 무관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아마존의 무인항공기 배달 시스템, 알리바바의 드론 배달 테스트 등의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는 요즘이다. 수년 내 민간의 수요가 급증해 광범위한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뉴스가 들려온다. 이제까지 꾸준히 군수용 무인항공기를 만들어온 유콘시스템에 또 한 번의 새로운 기회가 열릴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유콘시스템이 그간 개발한 군사용 주력제품으로는 2004년 국내 최초로 UAE에 수출한 무인항공기 지상통제장비와 국내 군과 약 400억원 규모 공급계약을 체결한 소형무인항공기 리모아이(Remoeye) 시리즈가 있다. 무인항공기지상통제장비는 무인항공기 운용의 중추신경센터로서 비행체 이착륙과 비행 및 감시업무 전반을 조종 통제하며, 비행체로부터 획득된 각종자료를 수신해 처리하는 핵심 시스템이다. 리모아이는 길이 1.7m, 무게 6.8㎏인 소형무인항공기로, 2시간 동안 15㎞를 비행할 수 있으며 사막 등 평야에서 운용하는 미국형 무인기와 달리 산악과 도심 등 장애물이 많은 국내 지형을 고려해 수직에 가까운 이착륙이 가능하다.
유콘시스템은 군수용 무인기 분야에서 갈고 닦은 이같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수용 시장 공략에 서서히 눈을 돌리고 있다. 산불감시, 인명구조, 재난감시 등에 활용이 가능한 다양한 민수드론과 농업용 방제드론인 리모팜(Remo Farm) 등이 초반 결과물이다. 이제는 100% 국산으로 된 레저용 드론 제품을 연구에도 나선다. 기술력과 가격 면 모두에서 경쟁력을 갖춘 드론으로 중국산 저가 드론에 맞선다는 계획이다. 계속해서 신시장 개척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송재근 유콘시스템 대표에게 유콘시스템의 현황과 미래 전략에 대해 물었다.
송재근 유콘시스템 대표. 사진/유콘시스템
-2001년 회사를 설립했는데, 무인항공기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어릴적부터 파일럿을 꿈꿔왔을 만큼 항공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 4학년 때 대우중공업 특채로 입사했는데 입사 후 신입사원 그룹사 투어에서 항공사업부와 인연을 맺게 됐고 무인기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게 됐다.
당시 한국 무인기 기술은 일본에서 수입된 전문지를 복사해 읽으며 기술을 연구해야할 만큼 매우 척박한 수준이었지만, 우리 부서는 10여년간 노력한 끝에 1999년 국산 무인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이후 후속연구가 없어 함께 연구했던 멤버들이 다른 부서로 뿔뿔이 흩어져야 할 상황이 되었고 하고 싶은 일에 미쳐보고자 의기투합한 6명이 힘을 합쳐 창업에 나서게 됐다. 그것이 유콘시스템의 시작이다.
-2004년 아랍에미레이트에 무인항공기 지상통제장비(GCS), 2015년에는 헝가리에 무인항공기(Remo-H) 국내 최초 수출계약을 맺었다. 세계 무인기 시장의 현황과 유콘시스템의 위상 등이 궁금하다.
현재 무인기 시장은 크게 군사용과 민수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 등 선진국에서 군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하고 있다면, 중국은 민수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다.
유콘시스템은 자체 개발한 무인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군사용뿐만 아니라 민수용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 방위산업 컨설팅업체 틸그룹에 따르면 2015년 글로벌 무인기 시장은 군수 64억1000만달러, 민수 6000만달러, 취미용 포함 소형 무인기 14억달러 등 79억달러 규모로 보고 있으며, 2023년에는 군용 119억1000만달러, 민수 9억1000만달러, 소형 무인기 21억달러 등 150억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전망이라고 발표했다.
또 유콘시스템은 국내외 무인기 관련 전시회에 꾸준히 참가해 자사의 우수한 기술력을 알리고 있다. 특히 올해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 규모의 무인기 전시회 '2016 AUVSI'에서 유콘시스템의 소형 무인기 기술력과 디자인에 대한 찬평과 해외 데이터통신 업체 등에서 민수용 제품에 대한 문의가 급증하기도 했었다.
유콘시스템은 국제시장에서 소형무인기와 관련해 미국 AV(AeroVironment) 및 AAI사, 이스라엘 IAI 및 엘빗(Elbit)사와 동급모델로 경쟁하고 있으며, 성능에서도 큰 차이가 없음을 자부하고 있다. 일례로 아랍에미레이트의 무인항공기지상통제장비 입찰에서는 미국 AAI사와 경쟁하여 약 1200만달러(약 135억원) 수출을 달성하기도 했다.
군수용 무인기 기술력을 바탕으로 민수용 시장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이를 위해 국내 최초 100% 국산화된 레저용 드론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제품 개발을 마치고 테스트 비행을 준비 중인 레저용 드론이 상용화 되면 현재 국내에 보급되어 있는 중국산 저가 드론보다 기술력이 뛰어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프랑스 등 해외 항공선진국과 경쟁하기 위해 어떤 경쟁력, 차별성을 두려 하고 있는지.
해외시장에서 군수시장 분야는 선진국들과 경쟁이 치열하다. 유콘시스템은 정치적 이슈에 따라 이스라엘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중동국가에 우선적으로 응찰함으로써 경쟁력을 높이고 저개발 국가에는 가격 경쟁력을 통해 선진국과 차별화하고 있다.
또, 민수 무인기 분야는 농업용 무인기를 시작으로 국내시장에서 중국 DJI와 경쟁을 통해 평가 받은 후 국내시장의 경쟁력을 발판으로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예정이다.
지난 7일 경기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2016 대한민국 방위산업전 로보드론 특별관에 전시된 유콘시스템의 드론제품. 사진/유콘시스템
-향후 해외시장 개척 계획은 어떻게 되나.
유콘시스템의 소형무인기는 해외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기술력이 뛰어나다고 자부한다. 다만 수요자의 요구에 맞는 맞춤형 무인기를 신속히 구현하고 개발할 수 있는 정보수집 능력 확보가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유콘시스템은 고객사의 니즈를 파악해 다양한 무인기를 개발, 생산할 수 있는 전담체계 조직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고 있으며 빠른 제품개발과 생산확대를 위한 제 2드론제작 공장을 대전본사 내에 확장 건립했다. 또 2017년에는 인근 신동·둔곡 산업단지에 현재 공장부지보다 5~6배 정도 큰 부지를 분양받아 신규 공장을 건립하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실시간 데이터 네트워크망 전송, MEMS 항법장치 기술, 자동유도.항법 및 비행조종시스템 기술, 무인시스템 체계기술, 실시간 비행통제기술 등 유콘시스템이 꼽는 핵심기술이 여러 가지다. 이 중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이라고 보는지.
언급한 핵심기술은 모두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비행체에서는 자동유도항법 및 비행조종시스템 기술이 비행기의 성능을 좌우하기 때문에 제일 중요한 부분이고 무인시스템 체계기술은 시스템의 전반적인 성능 및 운용능력을 요구함으로 또한 중요한 분야라고 생각한다.
-유콘시스템은 2011년 방위산업체 퍼스텍에 인수됐다. 이후 거둔 시너지 효과에 대해 설명해 달라.
무인기분야는 방산산업 분야가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유콘시스템이 기술투자를 통해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하면,
퍼스텍(010820)은 보유하고 있는 군수시장의 다양한 정보와 마케팅에 도움을 받아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다.
-군수용 외에 민수용 드론 사업에도 진출했다. 고흥군과 농약용 드론 공급 시범사업, 국토교통부 '무인비행장치 활용 신산업 분야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 등에 참여해 기술과 사업성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향후 민수용 드론 시장 전망과 유콘시스템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민수용 드론 시장은 레저용 드론 보급화와 일상생활(교통, 방송)등 그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전세계적으로 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앞으로 민수드론 시장은 기술력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도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유콘시스템은 농업용 드론 핵심기술을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했으며 드론용 항법소프트웨어의 GS인증을 획득하는 등 민간업체로는 유일하게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제작을 동시에 할 수 있는 기업이다.
유콘시스템은 무인시스템을 전문적으로 개발하고 상품화해 판매할 뿐만 아니라 군수시장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민수시장을 확대해 국내외 경쟁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또 소형무인기에서 유무인복합항공기 및 장기체공 무인기, 무인비행선등 대형무인기를 개발 출시함으로서 다양한 등급(grade)의 무인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해양분야로 민수용 무인수상정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우주분야로 한국형발사체 지상제어시스템 개발 참여로 해양 및 우주분야까지 영역을 확대해 무인시스템 분야의 절대 강자로 자리매김하고자 최선을 다 할 것이다.
-매출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반면 영업이익은 2012년, 2013년에 비해 감소한 상황이다. 원인은 무엇이었는지, 앞으로 영업이익 증가를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할 계획인지 궁금하다.
유콘시스템은 전체직원 중 72%(92명 중 66명)가 엔지니어일만큼 R&D 투자를 중요시하고 있다. 영업이익 감소는 기업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개발비 투입을 확대시키고 3년간 약 40여명의 인원이 증원되면서 인건비등 관련비용이 15억원 가량 증가되었기 때문이다.
현재 유콘시스템은 지난해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무인비행장치 활용 신산업분야 안전성 검증 시범사업'에서 최다분야 사업 참여업체로 선정돼 연구개발 중에 있으며 올해에는 강원도 영월군에 농업용 방제드론을 공급, 민수용 드론 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 인도 및 필리핀 등 해외 방산물품 조달기업들과 업무협약을 체결, 공동으로 무인항공기 해외구매사업 입찰에도 참여하고 있다.
이처럼 영업이익 감소는 투자에 대한 일시적인 원인으로, 여러 지역 및 기업과 진행하고 있는 국책사업 성공과 해외시장 진출 등을 통해 충분히 투자의 결실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
김나볏 기자 freen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