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남궁민관기자] 법인세 인상안을 놓고 여야 간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법인세 사수 총력전에 나섰다. 하지만 20대 국회가 여소야대로 재편된 데다, 여당 내에서도 법인세 인상에 동의하는 움직임이 있어 전경련의 방어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경련은 20일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의 '최근의 법인세 인상조치와 합산 세수효과' 보고서를 인용, 올해 기업들의 법인세수가 사상 최초로 50조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기업들의 세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투자·고용 여력을 약화시켜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게 전경련의 주장이다. 규제 완화 주장에도 통용되는 전통적인 논리다.
보고서는 현 정부 들어 실시된 법인세와 지방세 관련 주요 14개 세법 개정에 따른 증세효과는 올해 약 4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이번 정부 들어 법인세와 지방세가 계속 개정되며 기업 세 부담이 4조7000억원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중 일부는 이미 실효세율 증가로 나타났으며 아직 가시화되지 않은 업무용 승용차 과세나 기업소득환류세제 효과가 포함되면 증가폭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증세를 유도한 주요항목을 보면, 먼저 최저한세율 인상은 연간 8000억원 규모의 법인세 추가부담을 발생시킨 것으로 분석됐다. 대폭 줄어든 투자지원 세제도 약 1조3000억원의 세 부담을 발생시켰다. 법인지방소득세의 독립세 방식 전환으로 법인지방소득세 세액공제가 사라지고, 산업단지 지방세 감면도 축소되면서 연간 총 1조3000억원가량의 지방세 부담도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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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인세 인상에 대한 압박 역시 만만치 않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법인세 정상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며, 같은 당의 박영선 의원은 이미 지난 1일 법인세를 내년부터 2019년까지 1%씩 인상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윤호중·박주민 더민주 의원, 김동철·박주현 국민의당 의원도 법인세 인상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시민단체와 학계도 힘을 보탰다. 지난달 30일 참여연대가 박광온·김태년 더민주 의원과 공동으로 주최한 '법인세 인상, 그 오해와 진실' 정책토론회에서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정부가 증세는 없다고 하면서도 소비세 위주의 증세를 실시해 온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며 "소득분배 상황을 개선시키기 위해 법인세 등 직접세 위주의 증세 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남근 민변 부회장은 "지난해 9조6000억원의 공제감면세액 중 대기업이 5조7000억원인데 반해 중소기업은 2조3000억원에 불과했다"며 "대기업에 치중된 조세감면 제도가 조세 형평성 문제를 야기시킨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보고서를 보면 법인세 부담이 너무 크다는 전경련의 주장은 더욱 무색해진다. 예결위가 지난 5일 나라살림연구소에 의뢰해 작성한 '경제주체별 조세부담률 산출 및 각 분야별 예산액의 실제 재정지출 비용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 기간(2013~2015년)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18.4%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는 김대중 정부(1998~2002년, 27.2%)와 노무현 정부(2003~2007년, 23%)는 물론, 이명박 정부(2008~2012년, 20%)보다도 낮다. 반면 소득세 조세부담률은 김대중 정부(4.7%) 이후 매 정부마다 높아지며 박근혜 정부 기간에는 6.9%까지 상승했다.
이는 1997년 대비 2015년 법인소득이 532% 증가한 반면 법인세수는 377% 증가에 그쳤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가계소득은 152% 증가했지만 소득세수는 308% 더 크게 증가하며 서민들의 조세부담률이 높아졌다. 예결위는 "정치적 입장에 따라 증세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법인세 조세부담률이 20%도 채 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법인세 인상의 여력이 있다"고 진단했다.
남궁민관 기자 kunggij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