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케스트라라고 하면 누구나 그 이미지를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웅장한 스튜디움에 다양한 악기들이 모여 지휘자의 지휘에 따라 하나의 예술을 만들어 내는. 나는 여러 악기가 하나의 소리를 낼 때의 그 웅장함이 좋아 오케스트라 공연을 보러 다니고는 했다. 한빛예술단은 음악에 재능이 있는 시각장애인들로 이루어진 연주단이다. 시각장애인들에게 안마시술을 넘어서는 일자리 모델을 제시하고, 음악에 재능이 있는 시각장애인들에게 꿈을 펼칠 기회를 제공한다.
사진/바람아시아
한빛예술단이 연주하는 아름다운 소리를 듣기 위해 아침부터 중랑구에 있는 면중초등학교를 찾았다. 학교 정문 현수막에 적힌 ‘HOPE CONCERT’ 문구가 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강당에 들어서자 사전에 연락드렸던 국장님을 뵐 수 있었다.
“아, 전화해 주신 분이세요? 1부 끝나고 제가 지휘자님과 인터뷰 진행하도록 도와드릴게요.”
사진/바람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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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가 시작되었다. 연주자들이 각자의 어깨를 잡으면서 등장하였다. 첫 연주는 타악 앙상블의 무대였다. 타악기의 경쾌한 음악이 시작되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눈을 감고 들으면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이 연주하는 것이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앞에 지휘자가 없지만, 각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나간다.
음악은 내게 희로애락, 기쁨 행복이다.
삶은 슬픔보다 위대하다
우리는 노래로써 세상과 소통한다.
-한빛예술단 단원 인터뷰 영상 中 -
1부가 끝나고 인터뷰를 위해 만난 분은 한빛 쳄퍼 오케스트라 지휘를 맡고 있는 김종훈 지휘자이다. 그는 20분 뒤에 2부 무대가 있었지만 원활한 인터뷰를 위해 조용한 곳을 찾아 강당 밖으로 나가자고 하셨다.
- 공연 아주 잘 감상했습니다. 아직도 여운이 가시지 않네요. 우선, 지휘자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네, 저는 한빛예술단 쳄퍼 오케스트라 지휘자입니다. 그리고 예술단에서 음악감독 하고 있어요. 악기는 바이올린을 연주합니다. 그리고 한빛예술단에는 2014년도에 들어왔어요.
- 지휘자님께서 한빛예술단에 들어오신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시각장애를 가진 음악가로서 활동을 하고 음악을 공부했어요. 시각장애를 극복하고 음악가로 살면서 얻은 경험과 지식을 같은 장애가 있는 분들과 공유하기 위해 예술단에 들어오게 되었어요. 한빛예술단은 한빛맹학교에서 부설로 만들어서 음악교육에서부터 직업창출까지 연결이 되는 좋은 본보기입니다. 저는 이 단체가 발전하는 것이 장애인들에게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다는 희망이라고 생각해요.
-지휘자님께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친 사람은 누구인가요?
제 아내에요. 아내도 저와 같이 한빛예술단의 단원이에요. 아내와 함께 오케스트라를 이끌어 가기도 하고 발달 장애 오케스트라도 가르친 적이 있습니다. 아내는 점역도 잘하고 편곡도 잘해요. 아내와 저는 부부지간이면서도 음악 동료이고 서로의 조력자에요. 아내의 힘이 있었기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항상 감사하죠.
- 한빛예술단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빛예술단은 한빛 맹학교 부설로 만들어졌어요. 원래 한빛맹학교에 다니는 시각장애인들은 자신의 적성과 상관없이 안마수업을 받습니다. 하지만, 과학이 발달하면서 시각장애인들이 공부할 수 있는 여러 기구가 나타나면서, 인문 쪽으로 진학하는 등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다양한 직업을 가질 기회가 생겨났죠. 장애인들도 똑같은 사람이기에 저마다 적성과 취향 그리고 재능이 다 다르거든요. 그런 것에 맞춰 직업을 가지면 정말 좋잖아요. 맹학교에서는 음악에 재능이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음악교육을 하다가 어떻게 하면 이 학생들이 계속 연주도 할 수 있고 더 나아가 직업이 될 수 있도록 해줄까 하는 생각으로부터 예술단이 만들어지게 된 것입니다. 한빛예술단은 10여 년 동안 꾸준히 활동해왔어요. 저는 이 단체가 지금까지 이렇게 잘해온 것을 봐 왔을 때, 미래에도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봅니다.
- 한빛예술단은 지속 가능한 예술단이라고 할 수 있네요.
네 맞아요. 좋은 모델이에요. 세계에서도 유래를 찾기 힘든 그런 모델이죠. 한빛예술단 팀은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타악앙상블, 중창단, 팝밴드 등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다양한 장르에서 재능 있는 사람들을 발굴하고 있죠. 사실은 나라에서 하면 바람직할 일을 개인 사립학교에서 열심히 해오고 있는데 이루어진 성과를 보면 세계에 내놔도 손색없을 만큼 장애인 단체의 좋은 본보기라 생각합니다.
- 연습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연주하기 전에, 일단 악보를 외워야 해요. 시각장애인들이 악보에 접근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에요. 잔존 시력이 남아있는 장애인들은 기존 악보를 확대 복사를 해줘야 해요. 그리고 잔존 시력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편집된 음원을 만들어 주거나 악보를 점역해줘야 해요.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악보에 접근할 수 있게 해주고, 악보를 머릿속에 넣게 한 후 연습을 시작해요. 한빛예술단 단원들은 정안인들이 악보를 눈으로 읽으면서 악보에 담겨있는 정보를 받아들이는 그 수준까지 도달하기 위해서 특별한 노력을 많이 해야 하죠. 밤을 새운다든지. 악보를 만들어주는 사람은 또 나름대로 열심히 작업해야 하고요. 전체적인 템포는 손뼉을 치거나 목소리를 통해서 잡아요. 실제 연주 때는 저희 쳄퍼 오케스트라의 경우 각자 서로의 악기소리를 듣자는 식으로 진행해요. 앞에서 지휘자가 손을 흔들어도 볼 수가 없으니까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 각자가 지위자 노릇을 해요. 처음 템포는 제가 하나둘 셋 하면서 시작을 하고 연주가 시작되고는 서로의 소리를 듣죠. 오케스트라 사이즈가 커질 때가 있어요. 그때는 멀리 앉은 사람은 수신기를 끼고 제가 하는 소리를 듣죠. 숨을 쉬어 준다든지, 조용히 이야기한다든지.
음악은 귀로 하는 예술이에요. 여기까지 오는데 힘든 과정들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이룬 성과들을 보면 희망을 얻고는 해요. 이게 가능한 것이구나.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지금 음악 공부를 하는 시각장애인 후배들도 노력하면 앞으로 더 훌륭한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가 나올 수 있겠다는 희망이 생겨요.
- 제주해비치 쇼케이스 1위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장애인예술에서 특별한 것을 넘어서 정규문화예술 공연에서도 대단한 성과를 거두었는데, 한빛예술단이 다른 예술단과 차별화된 강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오케스트라가 좋은 점이 듣는 사람들이 감동을 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와요. 어려운 조건에서 열심히 노력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우리 공연을 보러 와주셔서 그런지 같은 곡을 연주해도 관중 혹은 청중들이 따뜻한 박수를 보내주세요. 그리고 우리 단원들에게 음악은 특별해요. 같은 물건이라도 어떻게 자기 손에 들어오느냐에 따라 소중한 정도가 달라지잖아요. 음악을 접하는 과정도 쉽지 않기에 우리 연주에 음악에 대한 간절하고 절박한 마음이 담겨있어서 오늘날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청중들의 따뜻한 마음과 우리의 간절한 마음이 통해서 공감대가 이루어진 것이죠.
- 시각장애인들에게 음악을 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서, 재능 나눔을 통해 여러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것에 정말 인상 깊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나눔을 하고 있나요?
저는 훌륭한 에티켓을 가진 고상한 청중들이 있어야만 좋은 음악회가 아니라 그 음악이 청중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좋은 음악회라고 생각해요. 저희 한빛예술단은 다양한 곳을 찾아가요. 중증장애인 시설이나 교도소 같은 음악의 아름다움이 잘 닫지 않을 만한 곳을 찾아갑니다. 거기서 곡을 연주하고 난 후, 청중들이 좋아하시고 감사하다고 전할 때, 음악가로서 최고의 보람을 느껴요. 이런 보람 덕분에, 여러 힘든 여정들도 마다치 않고 찾아가려고 하는 것 같아요. 이 외에도 개별적으로 혹은 소규모로 사회에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방법이 없을지에 대해 모색 중이에요.
- 지금 강당에서 you are my everything 공연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시간 괜찮으신가요?
아, 곧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아요. 저 무대 다 다음에 저희 무대거든요.
- 그럼 마지막 질문으로 한빛예술단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요?
시각장애인이 음악을 한다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재능을 가진 장애인 누구나 비장애인들과 같이 음악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 목표입니다. 꿈나무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꿈을 이루는 것에 있어서 장애가 있다는 것이 그 꿈을 막는 벽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한동안 가슴이 콩닥거렸다. 한빛예술단은 소리의 빛으로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힘이 있다. 지휘자분의 말대로 시각장애인들이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연습 과정이 정안인 보다 힘들 뿐 특별한 것이 아니다. 자신이 지닌 재능을 펼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한빛예술단과 같이 장애인들에게 직업 제공을 넘어서서 꿈과 희망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단체가 다양하게 생겼으면 한다. 장애인들이 꿈을 갖는 데에서 제약이 없는 사회를 꿈꿔본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