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미국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의 저서 '설득의 심리학'은 스테디셀러 도서다. 인간에 대한 약 6가지 불변의 법칙을 자세하게 설명해 놓은 이 책에는 약 50가지의 설득 기술이 제시돼 있다. 첫 번째 도서가 엄청난 열풍을 일으키자 저자는 총 세 편의 시리즈로 완결됐다. 이 책을 읽고 "다시 태어났다"는 독자들이 전 세계적으로 부지기수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방송을 시작해 SBS '한밤의 TV 연예'(이하 '한밤')에서 미남 전문 리포터로 활약해온 하지영은 '설득의 심리학'을 실전으로 깨우친 인물이라 볼 수 있다. 약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하는 동안 그 내면에 엄청난 내공을 쌓아왔다. "인사만 해도 이날 인터뷰 분량이 어느 정도 나올지 감이 딱 온다"고 말할 정도로 그는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방송인 하지영은 인사만 나눠도 분량이 얼마나 나올지 감이 온다고 말했다.
생방송과 인터뷰 분야에서 '1만 시간의 법칙'을 달성한 하지영을 최근 청담동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한밤'의 리포터로 8년을 지내온 그는 최근 '한밤'이 종영하면서 새 출발의 기로에 서 있다. 더 많은 방송활동을 하고, 더 많은 행사에 다니며, 자기만의 공연을 만들고 아울러 책도 집필 중이다. 인생의 새로운 기로에 선 하지영의 치열했던 삶의 발자취를 따라가 봤다.
하지영의 세 살 때 모습. 이 아이는 2년 뒤부터 '수천탕'의 카운터를 보게 된다.
대구 김광석 거리, '수천탕' 둘째 딸
1982년 음력으로 10월 19일 밤 11시경, 대구 김광석 거리에 자리한 목욕탕인 '수천탕'의 주인의 둘째 딸로 하지영이 탄생한다. 커다란 소나무 아래 또아리를 틀고 있는 빨간색 뱀이 그의 태몽이다. 위로는 언니가 한 명 있다. 김광석 거리 반경 3~5km에는 목욕탕이 '수천탕' 뿐이 없다. 약 다섯 살 때부터 하지영은 카운터에서 남자 1500원, 여자 1100원의 돈을 받고 계산한다. 그리고 동네에서 유명해진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늘 유명했어요. 다섯 살짜리가 카운터에서 돈을 받는데 안 유명할 수 있겠나요. 저를 유독 예뻐해 주던 아줌마들한테는 샴푸랑 린스를 공짜로 주기도 했어요. 또 아줌마들이 여탕에서 때를 밀고 있으면, 등을 밀어주기도 했어요. 얼마나 예쁨을 받았겠어요. 기특하고요."
동네 목욕탕 남탕의 로비(?)에는 발가벗고 바둑을 두는 어른들이 종종 보인다. 하지영에 따르면 여탕에서는 김치를 찢어 밥을 물에 말아 먹는 어른들이 늘 있다고 했다. 하지영은 다섯 살 때부터 6학년 때까지 동네 아줌마들과 담소를 나누는 것을 즐겼다고 했다.
"김치를 찢어 먹으면서 수다를 나누는데 별의 별 이야기가 다 나와요. 남편의 불륜부터 시작해 집안 통장 얘기, 자식들의 바람, 친구들의 잘못된 행동까지, 별의 별 정보가 다 들어와요. 어린 나이부터 그런 얘기를 가감 없이 다 들었어요. 처음에는 얘기만 듣다가 나중에는 끼어들었던 거 같아요. 13살이 되기도 전에 아줌마들의 친구가 된 거죠. 그렇다고 말을 옮기지는 않았어요. 이 얘기를 본인이 직접 들으면 '얼마나 창피할까'라는 생각을 어린 나이부터 본능적으로 깨우친 거 같아요."
하지영은 다섯 살 때의 모습. 카운터를 보고 와서인지 표정이 시무룩하다.
경상도 부모님께 듬뿍 받은 사랑
대구를 비롯해 경상도 사람들은 특유의 딱딱함이 있다. 말도 짧고 표현을 깊게 하지 않는다. 하지영의 부모님 역시 철저한 경상도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사랑을 받은 양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사랑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거 같아요. 하지만 행동으로 보여주세요. 예를 들어 계란이 밥상에 올라오면 아버지가 저한테 쓱 밀어주시는 거죠. 제가 다 먹으면 그제야 흰자위 좀 드시고요. 그리고 목욕탕은 7월부터 8월까지 한 달간 공사를 해요. 그럼 그 한 달 동안은 가족이 무전여행을 해요. 강이나 바다, 산을 찾고 낚시를 하고 매운탕을 끓여먹어요. 숙소에서 잘 때도 있고 친척집에서 잘 때도 있고, 텐트에서 자기도 했어요. 정말 사랑을 많이 받았어요. 전 제가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고 있고, 여유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건 철저히 부모님의 덕이라고 생각해요."
하지영이 자신의 재능을 깨우친 6학년 때. 하지영과 친구들은 룰라 '날개잃은 천사'의 안무를 맞추고 있다.
인생이 바뀐 열세 살 '날개 잃은 천사'
'수천탕'의 둘째 딸로 늘 카운터를 보고 아줌마들의 등에 있는 때를 밀며, 아줌마들과 수다를 떨던 하지영은 초등학교 6학년 수학여행에서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된다. 춤과 노래다.
"수학여행 가면 다들 장기자랑 같은 거 하잖아요. 룰라의 '날개 잃은 천사'를 췄는데 반응이 정말 열광적이었어요. 전 제가 김지현인 줄 알았어요. 전교 아이들이 '나 니랑 친하게 지낼래'라면서 다가왔어요. 그 맛을 본 거죠. '내가 춤을 잘 추는구나'라고 느꼈어요. 당시에 정말 열심히 준비하기는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준비한 것 치고 정말 많은 사람들이 절 좋아해주는 거예요. 내가 재능이 있다고 느꼈고, 잘 하고 싶어졌어요."
중학교 3학년 때 SES 바다의 머리를 한 하지영.
유명세를 탄 '대구 SES'
열세 살에 '춤 맛'을 본 하지영은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본격적으로 댄스에 열을 올린다. 춤을 추고 싶다는 생각에 끼 있는 친구들을 모았고, 3인조로 팀을 만든다. 팀 이름은 'ANL'이다. 아마조니아 앤 러블리의 이니셜을 딴 글자로 남자 못지않은 씩씩함과 용맹함을 가진 사랑스러운 친구들이라는 의미가 내포돼 있다. 아울러 여자 세 명이 남자 춤과 여자 춤을 함께 추겠다는 중의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학교 행사에서 친구들과 HOT의 '전사의 후예'를 췄는데 난리가 났어요. 그 때부터 대구에 있는 거의 모든 댄스 대회에 나가고 공연에도 올랐어요. 김제동이 진행했던 동성로 축제의 무대에도 올라요. 얼마 전에 보니까 총 28건의 수상경력과 50번이 넘는 공연을 했더라고요."
리더인 하지영은 행사를 진행하는 주최 측과 일정을 잡고 안무를 짠다. 손재주가 있었던 친구는 팀 복의 스타일링을 담당한다. 팀의 대소사를 담당한 매니저도 있었으며, 팬클럽 회장도 있었다. 그렇게 공연에 대한 갈증을 풀어내던 'ANL'은 대구 내에서도 엄청난 유명세를 탄다. 그 결정적 계기는 당시 SES 매니저로부터 명함을 받아서다.
"그 때가 길거리 캐스팅이 한창이던 시절이었는데, 실제 SES 매니저로부터 명함을 받았어요. 그래서 '대구 SES'로 유명해졌어요. '쟤네가 SES 매니저한테 명함 받았단다'라는 소문이 자자했죠. 그 때 받은 팀이 다섯 팀도 안 됐어요."
'대구 SES'로 명성을 날리던 시절. 하지영의 말로는 최고의 전성기 시절이다.
SM 4차 오디션, 박진영·방시혁 앞에 서다
TV에 나오는 게 꿈이었던 하지영은 SM에 입사할 기회를 중학교 3학년 때 잡는다. SM은 마지막 오디션인 4차까지 가고, JYP는 박진영과 방시혁의 면접을 본다.
"긴장이 되기는 했고, 뭘 보여줘야 하나 고민을 많이 했는데 아주 긴장되거나 하지는 않더라고요. 무대 경험이 워낙 많아서인지 떨리지 않았어요. 이미 그 땐 드라마도 찍었고, 고두심 선생님이랑 마요네즈 CF, 안성기 선생님이랑 486 컴퓨터 CF도 찍었어요. 나름 베테랑이었죠."
그런 하지영은 SM 오디션 4차에서는 떨어지고, 박진영에게도 '아쉽다'는 평을 듣는다. 특히 박진영의 발언은 하지영의 방향을 바꿔놓는다.
"30분 정도 얘기를 했는데, 그 때 박진영씨가 '넌 잘하는데 가수 말고 딴 거 하면 더 잘 할 거 같다'고 했어요. 그 때 저는 '가수하고 싶은데, 전 그럼 어떡해요?'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같이 찾아보자'고 했어요. 지금이라도 책임졌으면 좋겠네요(웃음). 그 이후로는 노래를 불러 본 적이 없어요. 가수가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아무래도 전문가고 어른이고, 저를 위해 그런 말을 해준다고 생각했거든요. 방송일은 하고 싶었고, 그래서 바운더리를 넓혀요. 고등학교 때는 연극부에 들어가 연극을 배우고, 연기학원을 다녀요."
중학교 졸업식 사진. 그는 이후 연기를 공부하게 된다.
대구의 여고생, TBC의 중심이 되다
박진영의 충고에 하지영은 노래는 포기하지만 춤은 꾸준히 췄다. 고등학생이 되도 그는 춤을 췄다. 그러던 중 문화관광부에서 주최하는 전국 댄스 대회에서 대구 지역 1위를 차지한다. 당시 경상도 전역에 방송되는 TBC 라디오 리포터와 인터뷰를 한다. 당시 리포터는 훗날 SBS 공채 개그맨으로 "장난꾸러기"라는 유행어를 남긴 이종규다.
"그 인터뷰를 들은 PD 분이 저를 TBC '특종을 잡아라'라는 프로그램의 리포터로 섭외해요. 어떤 사안이 있으면 10대 학생, 대학생, 아줌마들을 타겟으로 인터뷰를 하는 거예요. 그걸 1년을 해요. 그러다가 실력을 인정받고 TBC 힙합 프로그램 VJ가 돼요. 생방이었어요. 이미 전 대구에서 꽤 유명한 사람이 된 거죠. 남들의 시선과 주목을 받는데 익숙했죠. 전 방송 일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정확히 '뭘 하고 싶다'는 없었어요. 뭘 할지 모르니까 바운더리를 넓힌 거죠. 그러다가 공개방송에서 배우 김승현씨와 MC를 보게 됐어요. 그 때부터 예능 MC를 하고 싶어졌어요. TBC 아나운서들이 진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럽기도 하고, 저도 잘 할 수 있게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대학 졸업과 함께 하지영은 KBS 공채 개그우먼이 된다.
경기방송 DJ와 KBS 공채 개그우먼
대구에서 방송활동을 열심히 하던 하지영도 대학에 갈 준비를 한다. 방송일 때문에 늘 바빴지만, '공부 못하면 쪽팔리잖아'라는 생각에 최소한의 공부는 했고, 반에서 중간은 갔다고 한다. 그리고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준비한다.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입시에 떨어진다.
"동국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정말 가고 싶었어요. 그 때 유명 스타들이 엄청 다녔거든요. 근데 떨어지죠. 좌절을 좀 느꼈어요. 사실 제가 학생 때부터 좌절을 많이 겪었어요. 무시 받고 비참한 순간도 많았어요. 엄마 붙잡고 울기도 많이 울었죠. 그래도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으니까 금방 잊히더라고요."
재수생활은 끔찍하게 더 하고 싶지 않았던 그는 서일전문대학교 연극영화과에 붙는다. 그리고 다시 연극을 열심히 배운다. 그렇게 학교생활을 하던 중 경기방송 kfm의 라디오 DJ로 취직을 하게 된다.
"그 당시에 오디션을 100번 정도 보고 다녔는데, 떨어진 것도 많고 붙은 것도 많아요. 이 일을 정말 하고 싶었거든요. 노력을 많이 했죠. 10시부터 12시까지 방송을 해요. 그 때 생방송이 많이 늘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대학교까지 생방에 대해서는 '1만 시간의 법칙'을 달성해요. DJ를 하면서 계속 예능 아나운서의 꿈을 키워요. 그 때 예능 MC가 되려면 개그맨이 돼야겠더라고요. 그래서 KBS 공채 개그맨 시험을 준비해요."
당시 개그맨 준비생들은 대학로에서 공연으로 실력을 다진다. 하지만 하지영은 생방송을 매일 같이 했기 때문에 혼자서 콩트를 준비한다. 경기방송 DJ는 대본도 써야하고 PD 역할도 해야 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다. 그는 콩트에서는 실력이 부족했지만, 생방송으로 다져진 입담으로 KBS 개그우먼에 18기로 붙는다.
"그 때 나이가 스물 둘이에요. 4차까지 시험을 봤어요. 개그맨 MC는 나랑 잘 어울려 보였거든요. 엄청 준비했는데, 콩트는 그렇게 웃지 못했어요. 근데 면접 볼 때 웃음이 터졌어요. 아마도 '이렇게 웃기면 콩트도 잘하겠지'라고 생각해서 뽑아주신 거 같아요."
코미디 공연, 좌절에 빠지다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하지영이 있었던 KBS2 '개그콘서트'는 엄청난 부흥기를 맞는다. 코너 '우비 삼남매', '갈갈이 패밀리' 등 당시 최고의 인기 프로그램으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하지영은 그 안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한다.
"제 동기들은 정말 잘 나갔어요. 류담, 장동혁, 윙크의 강주희, 서남용 이런 친구들은 엄청 잘했죠. 저는 콩트 짜는 거에 익숙하지 않았고 잘 못했어요. 그래서 '쇼 행운열차', '가족 오락관' 이런 프로그램에 많이 나가요. 코미디는 못하는데 방송 경험이 있으니까 다른 쪽으로 빠진 거죠. 사실 개그맨 조직 문화가 많이 강하잖아요. 그런 점에서도 쉽게 적응하지 못해요. 그리고 제가 꿈꿨던 예능 MC도 '개그콘서트'에서 잘해야지 할 수 있겠더라고요. 여러 면에서 많이 힘든 시기였죠. 2년 계약이었는데, 끝나는 날 바로 관둬요. 실력도 부족하고 제가 원하는 방향도 아니었죠. 제 길이 아니었다고 판단했어요."
하지영은 '엠넷 와이드 연예 뉴스'를 통해 인터뷰 실력을 향상시킨다.
엠넷 와이드 연예 뉴스 VJ, 인터뷰 '1만 시간의 법칙' 달성
개그맨 생활을 접은 그는 행사와 방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활약한다. 그러던 중 엠넷 '와이드 연예 뉴스'에 발탁된다. 하루에도 2개에서 5개까지 인터뷰를 진행한다. 2년 2개월간의 고생은 SBS '한밤의 TV 연예' 리포터로 활약하는데 발판이 된다.
"'와이드 연예 뉴스' 매일 같이 방송을 하는 거예요. 쉬는 날이 없었죠. 매일 같이 인터뷰를 했어요. 걸그룹과 보이그룹, 배우들을 수도 없이 만나요. 그 때부터 연예인들이 저를 인식하기 시작했어요. 사실 돈은 많이 못 벌었거든요. 하지만 재미도 있고 제가 원하는 방향이었죠. 정말 열심히 했어요. 다른 곳에서 행사를 뛰고 '엠넷 와이드 뉴스'에 투자를 한 거죠. 그 때 소속사 매니저들이 엠넷에 찾아와서 '돈 안 받을 테니까 시켜만 달라'고 한 사람들이 정말 많았어요. 2년 2개월을 그렇게 하다가 회사가 생겼어요. 회사에서 하나만 너무 얽매여있으면 더 크기 힘드니까, 그만 하자고 했고, 저도 더 꿈을 크게 갖고 싶어서 그만뒀어요."
하지영은 SBS '한밤의 TV 연예' 리포터로 활약한다.
"제 이름이 한밤인줄 알았어요"
엠넷 '와이드 연예 뉴스'를 그만둔 하지영은 1~2년 사이에 뷰티부터 과학, 게임, 퀴즈, 경제 등 분야를 막론하고 방송활동을 하게 된다. 방송활동에 매진하던 그에게 커다란 제안이 다가온다. 미남 전문 리포터라는 호칭을 안겨준 SBS '한밤의 TV 연예'('한밤')다.
"처음에 오디션을 보자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냥 미팅이었어요. 제작진을 만났는데 이미 절 아는 거죠. 제가 하겠다고 승낙하면 되는 상황이었어요. 근데 저는 오디션을 하고 싶더라고요. 오디션 안하냐고 물어보니까 괜찮대요. 그래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PD, 작가님들께 '제 비주얼 실제로 보니 어떤가요', '언제부터 출근 하면 되나요'라는 식의 '셀프 오디션'을 봤어요. 10%만 딱 던졌는데 엄청 재밌게 봐주시더라고요. '됐구나' 싶었죠. 사실 저는 정말 기뻤어요. 리포터라면 지상파 리포터를 하고 싶은 게 당연하잖아요. 그래서 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첫 출근을 한 뒤 첫 아이템이 GOD의 김태우였다. GOD는 엠넷 VJ 시절부터 오랫동안 만나왔으며, GOD의 공연 사전 MC 및 뮤지컬까지 같이 한 적이 있는 친분이 깊은 사이다. 하지영 표현대로라면 '게임은 끝났지'다.
"처음 딱 리포터로 나갔는데 태우 오빠가 보더니 '왜 여깄냐', '한밤이 리포터 잘 뽑았다'라면서 최선을 다해서 인터뷰에 응해줬어요. 사실 '한밤'은 리포터 잘 못하면 한 달만에 짤리거든요. 길어야 6개월이에요.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에요. 제가 8년을 했는데, 그렇게 한 사람은 저랑 조영구 오빠 밖에 없어요. 대통령이 바뀌면 청와대가 바뀌는 거잖아요.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이 있는데, 저는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한 거죠. 그렇게 오래 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제 이름이 한밤인 줄 알았어요."
"상대방이 이기는 싸움을 만들어라"
약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하지영은 자신이 만난 사람만 2000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했다. 스치듯 만난 게 아니라 최소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눈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그 중에는 수 십 시간을 함께한 사람도 있다. 그러다보니 인간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높아졌다고 한다.
"연예인을 비롯해 PD, 작가, 투자자, 매니저를 비롯해 정치인, 공무원, 경제인, 심지어 경제 사범도 만났어요. 거의 모든 파트에 있는 사람들의 만난 거죠. 연예인은 특화된 거고요. 그리고 제가 사람 심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요. 이제는 사람을 만나서 인사만 해도 어느 정도 재미가 있을지, 분량이 나올지 딱 떨어져요. 인터뷰도 하나의 설득의 과정이거든요. 인터뷰를 계약이라고 치면, 완벽한 계약서를 가져가던가, 호감을 줘서 감성으로 마음을 뺏고, 신뢰감을 줘서 무슨 말이든 꺼내게 싶게 해야죠. 가장 핵심은 '내가 이기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이길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거예요. 궁극적인 목표를 갖고 각각에 맞는 방법을 쓰면 마음을 얻을 수 있어요."
하지영은 현재 매력을 소재로 한 책을 집필 중이다.
"당신은 어떤 매력을 갖고 있나요?"
하지영은 리포터 생활을 통해 인맥이 넓어지고 내공도 단단히 쌓였다.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그에게 책을 읽는 것과 똑같다고 했다.
"리포터 생활은 저를 더 성장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예전의 저보다 그릇이 더 커진 거 같아요. 하루에 3시간 정도를 얘기하면 그 사람을 깊숙하게 이해할 수 있어요. 웬만한 연인정도로 그를 알 수 있어요. 그러면 그 사람의 인생 책 한 권을 읽는 거예요. 글로 읽는 게 아니라 표정과 말투, 목소리 톤, 제스처를 보면서 확실하게 이해하는 거예요.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그 감성을 알 수 있어요. 게다가 그들은 인간으로서 베스트셀러잖아요. 누구나가 알만한 유명한 사람들요. 그렇게 10년인데, 제 삶이 얼마나 풍요로워지겠어요."
하지영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얻은 풍요로워진 삶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그 중 연예인들이 갖고 있는 그들만의 매력을 세부적으로 나눠 책을 출판하겠다고 한다. 아직 제목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집필 중이라고 했다.
"연예인은 감성리더잖아요. 제가 만난 사람 중에 30여명을 뽑았어요. 최고의 지구력을 가진 하지영, 능동적인 조인성, 상냥함의 끝 김정은, 이런 식으로 준비를 하고 있어요. 이들만이 가진 장점, 그리고 제가 느낀 매력을 알려주고 싶어요. 저만의 화법으로요."
지난 4월 진행된 하지영의 토크콘서트 '하톡왔숑' 4회 포스터.
"용감한 도전 '하톡왔숑'"
하지영은 오는 7월 2일, 개그맨 윤형빈이 기획한 홍대 코미디 위크에 한 코너를 맡았다. 그녀의 성을 딴 '하톡왔숑'이다. 특정한 주제를 갖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토크콘서트다. 김제동과 박경림의 토크콘서트와 궤를 같이한다. 일종의 쇼와 함께 유명 게스트들이 등장하는 점에서 박경림의 토크콘서트와 더 흡사하다. 그의 콘서트의 출발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팬들이 팬 미팅을 하자고 했어요. 근데 제가 뭐 유명 연예인도 아니고 팬 미팅은 낯간지럽더라고요. 그래서 스피치 강의 형식으로 쇼를 꾸며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어요. 2회를 해달라는 요구도 많아졌고요. 크게 생각하지 않고 지내다가 경림 언니랑 얘기를 하게 돼요. 저의 멘토는 김혜수와 박경림이거든요. 경림 언니가 토크콘서트를 하는데 언니도 정말 용기를 냈다고 하더라고요. 그 얘기를 듣고 '나도 용기를 한 번 내볼까'라는 생각을 했어요. 언니가 '작은 밥상이 차려져도 만족할 수 있겠니?'라고 물었는데, 괜찮겠더라고요. 3명만 와도 좋을 거 같았어요. 그래서 시작했고, 그러면서 2015년 8월에 2회를 하고요. 두 달에 한 번씩 공연을 진행하고 있어요."
'하톡왔숑'에 온 관객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자신이 갖고 있는 고민과 의문점을 많은 사람과 공유하고 그 사이에서 답도 얻어간다. 화려한 쇼를 보는 것도 좋지만 '힐링'을 하고 간다는 점에서 특히 매력적이다. 그러다보니 '하톡왔숑'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도 생겨난다. 지인과 업계 사람들만 만나는 현대인들에게 '꿀맛' 같은 친구가 늘어난다. '하톡왔숑'만이 갖고있는 장점이다.
"번외편도 많아요. '밥톡왔숑'이라고 해서 식사를 하는 자리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끈끈해져요. 공연을 하면서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됐어요. 지인에게도 말하기 힘든 고민을 허심탄회하게 말할 수 있는 친구를 만드는 장이기도 해요. 화려한 쇼도 보고 놀랄만한 게스트도 만나고 친구도 사귀고요. 2030이 타겟이긴 하지만 50대도 많이 오세요. 나이와 상관없이 서로 애정이 생겨요. 하루가 특별해질 뿐만 아니라 인생도 조금은 바뀔 수 있어요."
그런 '하톡왔숑'은 윤형빈의 제안으로 홍대 코미디 위크에 참여하게 된다. 개그맨 후배이기도 한 윤형빈은 하지영에게 있어 힘든 시간을 같이 보낸 친구이자 은인이라고 한다.
"형빈 오빠는 개그맨 생활할 때 같이 고생했던 분이죠. 어려운 시기, 밥값도 없이 힘들어하던 시절에 동질감이 있어요. 제가 '하톡왔숑'을 하는데 형빈 오빠가 정말 많이 도와줬어요. 오빠 소극장이 있는데 그곳도 쓰게 해주고요. 형빈 오빠가 이번에 같이 하자고 해서,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참석하게 됐어요."
하지영은 행복을 공유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한다.
"행복을 공유하는 방송인이 꿈"
'한밤' 리포터로 맹활약 하던 그는 '한밤'이 종영하면서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다. MBN '아궁이'를 비롯해 SBS '모닝와이드' 등을 비롯해 다양한 방송과 행사를 다니고 있으며, 토크콘서트와 책을 집필하고 있다. 35년 간 쌓은 내공을 바탕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 중인 그의 꿈을 들어봤다.
"행복을 공유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어요. 특정 직업을 갖고 싶은 욕심은 있죠. 예능 MC나 라디오 DJ와 같은 거요. DJ는 다시 또 하고 싶어요. 가장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서로 긍정적인 에너지를 나눠주고 위로하고 사랑하고, 행복함을 공유하는 방송인이 되고 싶네요. 제 꿈, 이뤄질 수 있겠죠?"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